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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09. 2021

플레밍과 처칠

스코틀랜드의 한 시골에 플레밍이라는 이름의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평소처럼 밭에서 일하던 그의 귓가에 절박한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농부는 일손을 멈추고 급히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려갔죠. 숲 속의 작은 늪에 한 소년이 빠져있었습니다. 소년이 늪에서 나오기 위해 발버둥 칠 때마다 그의 몸은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죠. 농부는 서둘러 긴 나뭇가지를 이용해 소년을 구출했습니다. 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습니다.     


다음 날 멋진 마차 한 대가 농부의 허름한 집 앞에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고상한 귀족 신사 한 사람이 마차에서 내려섰어요. 그는 농부가 구한 그 소년의 아버지였습니다. 신사는 농부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아들을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농부는 한사코 그의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었죠. 그때 농부의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왔습니다. 신사가 물었습니다.     


“아드님이신가요?” 

“그렇습니다.” 농부가 자랑스러운 듯 말했습니다.     

“그러면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하면 어떨까요? 아드님을 제 아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겁니다. 아버님을 뵈니 이 아이가 나중에 꼭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것 같군요.”     


농부는 아들이 훌륭한 교육의 기회를 얻는 것까지 거절할 수는 없었습니다. 신사의 약속대로 농부의 아들은 최고의 학교에 입학했고, 마침내 런던에 있는 성 마리아 병원 의학교를 졸업해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 농부의 아들은 바로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 경(Sir Alexander Fleming)이었습니다.     


여러 해 뒤 귀족의 아들이 폐렴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오래전에 농부에 의해 목숨을 구했던 바로 그 아들이었죠. 자 여러분. 이제 다시 그의 생명을 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네, 페니실린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랜돌프 처칠 공(Lord Randolf Churchill)이었습니다. 그리고 목숨을 구한 그의 아들은 ‘윈스턴 처칠 경’(Sir Winston Churchill),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영어에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세상일은 돌고 돈다는 뜻인데 결국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의미죠. 농부는 아이의 생명을 구했고 자신의 선의에 대가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인성에 감복한 귀족은 농부의 아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선사했고 그 아이는 페니실린을 발명해 인류에 공헌한 큰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 페니실린으로 귀족의 아들은 다시 한번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그는 관대하고 현명한 아버지의 아들답게 영국의 뛰어난 정치가로 성장해 1차 세계대전에는 해군장관으로 2차 대전에서는 수상으로서 승전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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