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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12. 2021

99 클럽 그리고... 하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왕은 그 풍요 속에서도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왕은 즐겁게 노래 부르며 일을 하고 있는 시종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왕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왕국의 지배자인 자신은 이토록 우울하고 행복하지 못한데 저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종 녀석은 어찌 저리 즐거울 수 있단 말인가?’ 왕은 시종을 불러 물었습니다.     


“너는 무엇이 그리 즐거우냐?”

“폐하, 소인은 그저 종놈에 불과하지만 저와 제 가족은 많은 것이 필요 없지요. 그저 비바람 피할 누추한 집과 주린 배를 채울 따뜻한 음식만 있으면 되니까요.”     


왕은 시종의 말에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며칠 후 왕은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지혜로운 신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시종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죠. 왕의 말을 듣고 난 신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폐하, 제 생각에 그는 아직 99 클럽에 들지 못한 것 같습니다.”

“99 클럽?”

“99 클럽이 무엇인지 궁금하시면 금화 아흔아홉 개를 주머니에 넣어 시종의 집 문 앞에 두어보십시오.”     


신하의 말대로 왕은 한 밤중에 금화 주머니를 시종의 집 앞에 가져다 두었죠. 다음 날 아침 문 앞에 놓인 주머니를 열어본 시종은 기쁨에 차 환호성을 질렀죠. 그렇게 많은 금화는 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엄청난 횡재를 만난 그는 주머니 속의 금화를 세어보았습니다. 몇 번을 다시 세어보았지만 시종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어요.    


‘도대체 금화를 99개만 주머니에 넣어두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어딘가에 분명 100 개를 채울 금화가 있을 거야. “     


시종은 아침 내내 집 주변을 돌며 금화 하나를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찾지 못하자 그는 마침내 찾기를 포기한 대신 마음으로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열심히 일을 해 100번째 금화를 스스로 채워 넣기로 말이지요. 그때부터 시종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느라 심신이 모두 지쳐갔습니다. 심지어 가족들이 자기를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화를 내기도 했죠. 그는 더 이상 일을 하며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되었고, 그의 행복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시종을 지켜본 왕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신하를 불러 벌어진 상황에 대해 물었죠. 신하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폐하, 그 시종은 이제 정식으로 99 클럽에 가입을 하게 되었군요. 99 클럽이란 행복할 만큼 충분히 가졌으면서도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이름이지요. 그들은 나머지 하나를 찾아 헤매게 됩니다. ‘마지막 하나만 더 가지면 평생 행복할 거야.’ 하면서 말입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에 ‘1퍼센트의 행복’이란 것이 있습니다. 행복과 불행을 저울에 달아 행복이 51% 불행이 49%이면 저울은 행복 쪽으로 기울게 되죠. 그렇게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 없습니다. 그저 1%만 더 가지면 되니까 말입니다. 그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닙니다. 수녀님의 시에서는 이런 것들이 행복을 만들죠.     


기도할 때의 평화로움,

따뜻한 아랫목,

친구의 편지,

좋았던 추억,

감미로운 음악,

파란 하늘, 태양, 달, 별, 나무와 꽃들 ~

그리고, 잔잔한 그리움까지 ~    


하지만 우린 그 1%로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주머니가 가득 차도 작은 모자람을 느끼면 그것을 마저 채우려고 미처 행복할 틈을 만들지 못하니 말입니다. 조금은 비워두세요. 다 채우고 나면 주머니를 비워서라도 다시 채울 공간을 만드는 바보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굳이 99 클럽에 가입하고 싶으시면 이것을 기억하세요. 나머지 1%는 우리의 행복감이라는 것을요. 행복을 찾지 못하는 한 영원히 100 클럽에 들지는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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