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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23. 2021

여전히 그대로인 것

박재삼 : 천년의 바람

천년의 바람

          박재삼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One Thousand Year Wind

                Park, jae-sam     


The wind is still playing the same

As it was one thousand years ago.

Look. It endlessly comes to the branches of pine trees

And touches them so softly.

Ah, look, look.

Still it repeats what it did a thousand years ago.      


So, let you not get tired.

Man, man.

Man who turns his eyes to

And covets something strange.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나요? 사람의 눈에는 그럴 것 같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하루하루 성장하고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으니까요. 오감(五感)과 인식(認識) 그리고 느낌마저 변해왔습니다. 무엇 하나 그대로인 것이 없네요. 부모님은 곁에 없고 후회만 남아있습니다.  사랑은 간 곳 모르고 그리움만 쌓여갑니다. 청평 행 기차를 타고 기타를 울리던 백면(白面)의 젊은 연주자들은 이제 회색 머리칼을 쓸어 올립니다. 모든 것이 그렇게 변해갑니다.     


아! 바람은 여전히 불어오네요. 따뜻한 봄바람은 여인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가을의 서늘한 바람은 중년의 가슴에 서러움을 남기죠. 천년 전에도 그랬고, 다시 천년이 지나도 그럴 겁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도 있군요. 어디 바람만 그렇겠어요? 흐려지긴 했어도 밤하늘의 별도 달도, 한낮의 태양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슬픔도 기쁨도 그리움도 제 자리에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람은 늘 그 자리네요. 사라진 것, 없는 것만 찾지 마세요. 그러다 보면 짧은 세월 하릴없이 기운만 빠질 테니까요. 저기에 또 하나 여지없이 다가서는 그것이 있네요. 높은 가을 하늘과 흰 구름 말입니다. 변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그 마음 버리지 마세요. 저 산 꼭대기 당신을 닮은 바위도 여전히 그대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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