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다시 만나는 이별

서정주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by 최용훈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Like the Wind Going after Meeting with the Lotus Flowers

Suh, Jeong-ju


Sadly

However,

Not too much sadly,

But a little bit sadly,


Farewell

However,

Not the last farewell

But the farewell promising

To meet again even in the life to come.


Not like the wind

Going to meet with the lotus flower

But like the wind

Going after meeting with it...

Not like the wind

Going after meeting with it days ago

But like the wind

Going after meeting with it seasons ago.


만나고 헤어짐은 삶의 쓰라린 진실이지요. 제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는 것이 이치, 피할 수 없는 회자정리(會者定離)의 결말입니다. 하지만 너무 서러워하지는 말라고 합니다. 조금만 슬퍼하라고 합니다. 이렇게 헤어져도 언젠가는 물 되어, 바람 되어, 꽃 되어, 구름 되어 다시 만나겠지요.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고 했던가요? 떠난 이는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말. 언제, 어디서든 다시 만남을 약속하는 이별이라면 조금은 덜 서럽겠지요.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레겠죠. 하지만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은 얼마나 쓸쓸할까요. 바람은 연꽃을 만나고 돌아옵니다. 하지만 그냥 오는 법이 없습니다. 늘 그 향기를 몰고 오니까요. 헤어지는 순간 다시 곁에 있는, 시인은 그런 헤어짐과 만남을 그리워합니다. 며칠간의 짧은 만남이 아니라 돌고 도는 계절 따라 진한 만남 뒤의 헤어짐을 잊지 못합니다. 오랜 만남 뒤에 불어오는 바람은 연꽃의 향기를 더 진하게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깊은 사색 끝에 전해주는 시인의 깊은 지혜도 그 바람과 함께 곁을 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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