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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21. 2021

피아노와 어머니

D. H. 로렌스 : 피아노

피아노

      D. H. 로렌스


해 질 무렵 한 여인이 내게 부드럽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나를 오래 전의 추억으로 이끌어 갑니다:

아이는 피아노 아래에 앉아 울려오는 건반 소리 속에서

노래하며 미소 짓는 어머니의 작고 가지런한 발을 눌러보았죠.  


나도 모르게 그 은밀한 노래의 힘은  

나를 그 옛날로 데려가고 내 가슴은 흐느낍니다.

오래전 일요일 저녁, 나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밖은 추운 겨울이지만 거실에는 피아노에 맞추어 찬송이 넘쳤죠.     


이제는 멋진 검은색 피아노 앞에서 열정을 다해 부르는

가수의 노랫소리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어린 시절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나는 추억의 물결에 빠진 채  

옛 시절이 그리워 아이처럼 웁니다.


Piano

      by D. H. Lawrence


Softly, in the dusk, a woman is singing to me;  poise

Taking me back down the vista of years, till I see

A child sitting under the piano, in the boom of the tingling strings

And pressing the small, poised feet of a mother who smiles as she sings.


In spite of myself, the insidious mastery of song

Betrays me back, till the heart of me weeps to belong

To the old Sunday evenings at home, with winter outside

And hymns in the cosy parlour, the tinkling piano our guide.


So now it is vain for the singer to burst into clamour

With the great black piano appassionato. The glamour

Of childish days is upon me, my manhood is cast

Down in the flood of remembrance, I weep like a child for the past.

우리에게 소설가로 잘 알려진 D. H. 로렌스는 여러 편의 시를 쓰기도 했죠. 일요일 아침 문득 그의 ‘피아노’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학창 시절 좋아했던 한 여학생에게 들려주었던 시였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학교 뒷산 벤치에서의 설렜던 그 순간을 기억합니다. 노래나 시는 그렇게 우리를 과거의 추억 속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죠.


누구나에게 어린 시절은 애잔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따뜻했던 어머니의 품과 구리무(크림) 냄새를 잊지 못하는 것이죠. 더구나 이제 더 이상 내 곁에 없는 어머니가 생각나는 날에는 더욱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어머니가 치시던 피아노 소리에 얼마나 큰 평화를 느꼈는지. 어머니가 작은 소리로 부르시던 찬송은 또 얼마나 나의 마음에 사랑을 넘치게 했는지! 안락하고 평온했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죠. 그래서 그 시절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노랫소리를 한 번 더 가슴에 품어봅니다. 이 나이에도 가슴은 눈물을 흘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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