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박지향
국경을 넘어서자
넘을 게 또 있다고 했다
언어도 넘어야 하고
백인도 넘어야 한다기에
‘언제든 예스’와
‘무조건 땡큐’를 뿌리며
가파른 벽을 기어올랐다
남은 예스도
먹고 죽을 땡큐도 없을 때
가면 뒤 편견이 소리를 질렀다
‘네 나라로 돌아가’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이 있어야 한국인의 도리
땡큐 대신
이번엔 나도 한 문장
‘역사공부 다시 하고 소리쳐.’
The Wall
Park, Ji-hyang
Crossing the border,
I was told there is something else to get over.
Climbing over the language wall
And then the merciless whiteness.
I had to crawl up the steep wall,
Repeating ‘always yes’
And ‘unconditional thanks.’
No more yes
No more thanks left,
I heard the prejudice behind the mask shout
‘Go back to your god-damn country.’
Scratch me and I’ll scratch you.
That’s the way Koreans live.
Instead of thanks
I will say a word now
‘Don’t be puffed up without knowing history.‘
남의 나라에 산다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죠. 넘어야 할 벽이 너무 많아서입니다. 남의 말로 내 속의 마음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피부색의 텃세 때문에 언제까지나 이방인으로 남는 서러움은 또 어쩌고요. 그래도 이왕에 마음먹은 것 열심히 살아보려 합니다. 웬만한 것은 참아주고, 늘 웃음을 날리고, 땡큐를 남발하죠. 그래도 가끔은 울컥하는 마음에 불편한 표정으로 등을 돌립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등 뒤로 날아드는 경멸의 말, ‘네 나라로 돌아가!.’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인 줄 알았는데 나날이 그리워지는 건 내 고향, 내 사람들뿐입니다. 언제야 이곳에서 맘 편할 수 있을까요?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을 법 한데, 어찌 그런 냉정함만 돌아오는 것인지. 오늘은 도무지 견딜 수가 없군요. 한 마디 해주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아서요. ‘네가 네 나라를 알아?’ 그 척박한 역사와 메마른 삶의 흔적을 다 잊어버리고 백색의 우월감에 사로잡힌 저들에게 기어코 한 마디 하고 말았습니다.
위의 영문은 브런치 작가 박지향 님의 11월 20일 자 시를 영어로 옮긴 것입니다. 너무 제 멋대로 해석한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입니다만, 짧은 외국 생활의 경험 속에서 제가 느꼈었던 고향을 떠나온 많은 한국 분들의 마음을 박 작가님의 글을 빌어 적어본 것이라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