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움의 이유
이창훈
내가 서러운 건
네가 미워서가 아니다
네가 아파서다
내가 이렇게 아픈 건
네가 없어서가 아니다
너는 없어도
네가 준 마음이
내 속에서 여전히 속삭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토록 서럽게 우는 건
내게 준 네 마음 때문만은 아니다
미움보다
받은 사랑이 너무나 크다는 걸
우는 가슴이 알았기 때문이다
받은 사랑을 돌려줄 길이
이제 더는 내 앞에 놓여있지 않다는
아득함
막막함
먹먹함
그 서러움 때문이다
The Reason for Sadness
Lee, Chang-hoon
I am sad
Not because I hate you,
But because you get hurt.
I am so sick
Not because you are not here with me.
But because the heart you gave to me
Still whispers in me
Without you.
I am crying so sadly
Not because of the heart you gave to me
But because the crying heart knows
Love given to me is much larger
Than Hate.
That’s because of the sadness,
The Loneliness
The Helplessness
The Desolateness
Coming from the feeling that
I can hardly repay your love for me.
미움 따위는 슬픔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슬픈 것은 당신이 얼마나 아플지 알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내 곁에 없어도 우리 사랑했던 그날의 약속, 다정한 숨결, 따뜻했던 손길은 여전히 내 귓가에, 가슴에 머물러 속삭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서러이 우는 것은 결코 미움 때문이 아닙니다. 너무도 사랑했던 기억 때문입니다. 내 슬픔과 외로움, 어찌할 바 모르는 무력감 그리고 이 텅 빈 황량함은 이제 더 이상 내가 받은 사랑만큼 당신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위의 시는 이창훈 시인의 시집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