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향 : 발자국
발자국
박지향
안재인의 “아니 온 듯 다녀 가소서”가
좋아서
아니 온 듯 다녀 가겠습니다 맹세해놓고
여기저기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어찌 그뿐이겠습니까
제발 잊어 달라 해놓고서
정말 나를 잊은 거냐
나팔도 붑니다
모두가
거
짓
입
니
다
깨끗이 지워야 하는데
Footprints
Park, Ji-hyang
Fond of the title of my favorite photo-essay book
“Come to me as if you were yet to come” by Ahn Jae-in
I pledged to come to you as if I were yet to come.
After all, however, I just scattered my footprints. here and there.
That’s not all that I have done.
I asked to forget me
But now scream out to say
Have you really forgotten me?
All are
L
I
A
R
S
I should have washed them clean.
시는 정직함입니다. 세상의 온갖 미사여구가 아니라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가장 솔직한 고백입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왜 그리 내 발자국은 이리저리 어지러웠던가요. 무수한 사랑의 밀어, 다짐, 용서, 고마움과 슬픔의 말들은 왜 그리 가식적이었을까요. 이제 진정 정직하게 고백해보려 합니다. 그 무수한 발자국, 모두 내가 왔음을 알리기 위함일 뿐이었고, 그 수많은 눈물의 고백 또한 진정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거짓이었습니다. 모두 지워야 했지요. 잊어야 했지요. 가슴속의 그 모든 것들을 씻어내야 했습니다.
* 위의 시는 브런치 작가이신 박지향 시인의 12월 4일 자 브런치 글에 수록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