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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05. 2021

모두 깨끗이 지워야 했지요

박지향 : 발자국 

발자국

               박지향


안재인의 “아니 온 듯 다녀 가소서”가

좋아서 

아니 온 듯 다녀 가겠습니다 맹세해놓고 

여기저기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어찌 그뿐이겠습니까

제발 잊어 달라 해놓고서 

정말 나를 잊은 거냐

나팔도 붑니다

모두가 

깨끗이 지워야 하는데  



Footprints

                           Park, Ji-hyang 


Fond of the title of my favorite photo-essay book 

“Come to me as if you were yet to come” by Ahn Jae-in

I pledged to come to you as if I were yet to come.

After all, however, I just scattered my footprints. here and there. 

That’s not all that I have done.

I asked to forget me

But now scream out to say 

Have you really forgotten me?

All are 

L

I

A

R

S

I should have washed them clean.   


시는 정직함입니다. 세상의 온갖 미사여구가 아니라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가장 솔직한 고백입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왜 그리 내 발자국은 이리저리 어지러웠던가요. 무수한 사랑의 밀어, 다짐, 용서, 고마움과 슬픔의 말들은 왜 그리 가식적이었을까요. 이제 진정 정직하게 고백해보려 합니다. 그 무수한 발자국, 모두 내가 왔음을 알리기 위함일 뿐이었고, 그 수많은 눈물의 고백 또한 진정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거짓이었습니다. 모두 지워야 했지요. 잊어야 했지요. 가슴속의 그 모든 것들을 씻어내야 했습니다.   


* 위의 시는 브런치 작가이신 박지향 시인의 12월 4일 자 브런치 글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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