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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28. 2021

내 나이는 30일입니다

존 B. 탭 :  인터뷰

An Interview

         by John B. Tabb


I sat with chill December

Beside the evening fire.

"And what do you remember, "

I ventured to inquire,

"Of seasons long forsaken?"

He answered in amaze,

"My age you have mistaken;

I've lived but thirty days."


인터뷰

      존 B. 탭


저녁 불 곁에

차가운 12월과 앉았다.

“무엇을 기억하고 있지?”

내가 함부로 물었다.

“오래전에 버려진 계절들인가?”

그가 놀라 대답했다.

“제 나이를 잘못 아셨군요.

전 이제 30일을 살았을 뿐입니다. “


미국의 시인이자 가톨릭 사제였던 존 B. 탭(1845~1909)의 시입니다. 짧지만 강렬하게 삶의 진실(?)을 상기시키죠. 시인은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과 만나 인터뷰를 합니다. 그리고 그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그 여러 달들을 지나왔으니 당연히 많은 기억들이 있으리라 생각한 건지도 모릅니다. 추측도 해봅니다. 잊히고 버려진 계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시인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습니다. 그날, 12월이 살아온 날은 그저 30일뿐이었으니까요. 그러니 어찌 그 지난 시간들을 알 수 있겠습니까. 한 해의 열두 달 가운데 12월은 그저 그중 하나일 뿐이죠. 우리의 세월도 그렇지 않을까요? 잊고 싶은 많은 실수들, 무책임한 행동들, 무기력함, 수치스러운 기억들, 어리석고 나약했던 선택들, 자신을 잃어버렸던 비굴한 순간들. 그것들을 삶의 어느 순간 모두 되돌려 기억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내게 묻지 마세요. 버리고 싶은 세월을 기억하리라 생각하지 마세요. 나는 살아있는 지금의 순간들만을 알고 있으니까요. 우리의 나이도 그저 언제나 서른 날일 뿐입니다. 허허 웃고 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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