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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30. 2021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곳

은하수 : 요새 

要塞(요새)

          은하수 


李箱하지 

날개가 없는 나는 

이제 날 수가 있어요


아끼는 만년필 

그대에게 연서를 쓰려 

생각만 하고


한 글자도 

적어 내려가지 못하면서 

흰 종이 늘 곁에 둬요


밤에 조용한 내 눈물 

남몰래 닦으려고 


추울 때면 

이불 삼아 포근히 

덮으려고도 하지요


시 몇 줄 

이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 銀盤 위의 춤사위 


그대에게

닿지 못한 불길 

감출 수 없는 마음 

편지처럼요 


缺乏(결핍)의 完成(완성)이랄까요

無何有之鄕의 言語(언어)로 살아가고 싶어요


숨 쉬어요

꿈을 꿔요


그곳의

나와 그댈 그려요


훨훨 날아요

우린 

자유자재로. 


A Fortress

           Eunhasoo 


Like Yi Sang*

I, without a wing, 

Can fly now.


With my favorite fountain pen

I just try 

To write a love letter.


But, not a letter

Can I write. 

I always put white paper beside me


To secretly wipe away

My silent tears at night, 


To warmly put it on 

As a blanket

When it is cold.


A few lines of a poem,

These

Are my dances on a silver plate

Beyond description,  


And the flames

Out of your reach

Like a letter 

Where my mind cannot be hidden. 


That may be the completion of deficiency.

I want to live as a language in the place of nothingness.


Breathe.

Dream. 


Paint me and you 

Who are out there. 


We fly high

As freely as 

We can. 


* Yi Sang is a famous Korean novelist in the early 20th century. Influenced by western Modernist movement, Yi wrote several novels and poems. Among his novels is ‘Nalgae’(The Wings), where the protagonist shouted on the last scene, “Come out again, my wings./ Fly, fly, fly. I want to fly one more time./ Fly once again.”  Yi Sang, on the first line of this poem, is not only a novelist name but also another Korean word, ‘yisang’ which means ‘strange.’  


이상의 ‘날개’에 나오는 주인공은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이며, 인간으로 살기를 포기한, 그저 존재할 뿐인 인물이다.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곳, ’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사람. 그러한 세상에서 사랑은 존재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 세상의 언어로는 결코 사랑을 표현할 수 없다.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사랑의 연서도 쓸 수 없다. 그저 눈물로 지새우는 밤과 서늘한 가슴에 스며드는 따뜻함에 대한 갈망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시인은 시를 쓴다. 그 몇 줄 불면의 결과물이 때론 열정의 춤이 되고 뜨거운 불길이 되어 흔들린다. 시 속에서 숨을 쉬고, 시 속에서 꿈을 꾼다. 그곳에서 마침내 당신과 내가 만난다. 깨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자유롭게 날고 싶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외치고 싶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


* 위의 영문은 브런치 작가이신 은하수 시인의 12월 29일 자 시 ‘요새’를 영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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