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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로색슨 문학 (500~1066)

영웅의 시대-영문학의 기원

by 최용훈

1. 영문학의 기원


오늘날 영국의 영토는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웨일즈로 이루어진 브리튼 섬과 서쪽의 아일랜드 섬 북부지역 일부로 구성된다. 아일랜드 섬은 오랜 세월 동안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지만 끝없는 독립운동의 결과 1920년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독립하게 된다. 그러나 영국은 그 섬의 북쪽 일부 지역에 대한 지배권은 끝내 양보하지 않았다. 그 지역의 주요 도시가 벨파스트(Belfast)라는 곳이다. 이곳은 아직도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테러의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기원 전 2,000년 경 브리튼 섬에는 검은 머리의 원주민 이베리아인(Iberians)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영국의 남부 솔즈베리 평원(Salisbury Plains)에 거대한 돌로 지어진 무덤 스톤헨지(stonehenge)를 세운 장본인들이었다. 이후 기원 전 700년 경 유럽 북부의 금발 민족인 켈트 족(Celts)이 이주를 시작하여 브리튼 섬의 새 주인이 되었다. 그곳은 걸프 만의 덕택으로 온화한 기후를 갖고 있었으며 경작에도 알맞은 지역이었다. 이런 이유로 유럽의 절대 강자였던 로마인들은 영국 섬을 침략한다. 기원 전 55-54년 경 로마의 장군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는 두 차례에 걸쳐 브리튼을 공격하였고, 그로부터 약 90년 후인 AD 43년 로마의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지금의 잉글랜드 지역인 섬의 남동부 지역을 정복하여 이를 로마의 속주로 삼는다.

오랫동안 로마의 지배하에 있던 브리튼 섬에 새로운 종족들이 침입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476년을 전후로 한 시기였다. 로마의 지배력이 약화된 틈을 노려 유럽 대륙에 살던 게르만 족의 일파 앵글로-색슨 족들이 대거 브리튼 섬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들이 바로 오늘날 영국인들의 조상이 되었고, 진정한 브리튼의 주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새로운 터전에서 만들어낸 문학이 영문학의 기원을 이루게 된다.


앵글로-색슨 시대는 전사들의 사회(comitatus)였다. 왕에 대한 충성과 신하에 대한 관대함, 그리고 죽음이라는 운명(wyrd)을 명예롭게 받아들이는 영웅들의 시대. 그러나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에 고대의 영시는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충성과 명예로운 죽음. 그것은 인류의 오래된 문학적 명제이다. 왕에 대한 충성이든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이든 그것은 개인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집단주의적 의식이 고대 전제 국가의 수많은 민중의 희생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무솔리니의 파시즘, 히틀러의 나치즘, 일본의 군국주의로 이어졌던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문학이 그려내는 충성과 명예의 이야기들은 지배계급의 피지배계급에 대한 억압과 착취의 수단으로 사용된 것은 아닐까. 문학 속에 드러난 고대 영웅들의 위대한 삶과 죽음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애환과 고통을 떠올리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보고 배우는 많은 것들이 과연 절대적으로 옳은 것일 수 있을까하는 의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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