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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11. 2022

소포클레스(Sophocles)의 작품들

그리스 연극-4

소포클레스(Sophocles, 497~405 BC)는 120편 이상의 비극을 썼지만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은 일곱 편뿐이다. 그는 아이스킬로스가 제2의 배우를 도입한 데 이어 제3의 배우를 등장시켰다. 이로써 무대 위에서 보다 복잡한 극적 상황을 가능케 하였다. 소포클레스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와 ‘엘렉트라’이다. ‘오이디푸스 왕’은 연극 사상 가장 완벽한 비극으로 알려져 있다.


오이디푸스 왕(Oedipus Rex)  


‘오이디푸스 왕’은 살인을 둘러싼 미스터리 물이라 할 수 있다. 부친 살해와 근친상간이라는 주제를 통해 소포클레스는 살해범을 추적하고, 밝혀내고, 처벌해야 하는 한 남자가 결국 자신이 그 범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아이러니를 강조하고 있다.


극이 시작되면 테베의 시민들은 그들의 왕 오이디푸스에게 몰려가 도시를 위협하는 전염병을 퇴치해줄 것을 간청한다. 오이디푸스는 이미 자신의 처남인 크레온을 신탁에 보내어 해결 방법을 묻게 했던 터였다. 궁으로 돌아온 크레온은 오이디푸스의 전임자였던 테베의 왕 라이우스의 살인범을 찾으라는 것이 신탁의 내용이었다고 말한다. 그 살인범을 찾아 처벌해야만 전염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시 오이디푸스는 살인 사건의 해결에 나선다.


왕에게 소환된 맹인 예언자 티레시아스. 그는 말 하기를 주저하지만 마침내 입을 열어 범인은 다름 아닌 오이디푸스 왕 자신이라고 말한다. 오이디푸스는 예언자의 증언에 코웃음을 치며 부정하지만, 근친상간과 살인의 대가로 오이디푸스가 눈이 멀고 불명예 속에 방랑하게 될 것임을 예언하자 분노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를 테베에서 추방한다.  


오이디푸스는 왕비 조카스터에게 조언을 얻으려 한다. 그녀는 남편에게 예언자의 말을 무시해버리라고 한다. 그리고 그가 과거에도 전 남편 라이우스가 자신의 아들 손에 죽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예언을 했다고 말한다. 조카스터에 따르면 자신과 라이우스 사이에 낳은 아들은 이미 버려져 죽었으며, 라이우스는 어떤 갈림길에서 도둑떼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조카스터의 말에 불안감을 느낀다. 그가 테베로 오기 전 어떤 갈림길에서 라이우스를 닮은 한 남자를 죽인 적인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또 다른 걱정에도 사로잡힌다. 사실 그는 오래전에 신탁을 통해서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이라는 것을 들었었다. 이러한 신탁에 대한 두려움에서 그는 고향인 코린스를 떠나 결국 테베로 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오이디푸스의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조카스터는 헛된 예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궁전 밖, 오이디푸스는 전령을 통해 코린스의 왕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폴리부스가 사망했음을 알게 된다. 조카스터는 이야말로 그 예언자의 말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오이디푸스의 부모는 코린스의 왕과 그의 왕비 메로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전령이 느닷없이 믿기 힘든 사실을 말한다. 폴리부스와 메로페가 오이디푸스의 실제 부모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한 양치기가 라이우스 왕과 왕비인 조카스터가 버린 갓난쟁이의 목숨을 구했고,  그 아기를  폴리부스에게 데려다준 사람이 바로 그 전령이었던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오이디푸스는 그 양치기를 찾아 자신의 출생에 관한 진실을 밝히겠다고 다짐한다. 갑자기 두려움에 빠진 조카스터는 오이디푸스에게 멈춰달라고 애원하며 궁전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가난한 부모에게 버려진 미천한 출신일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구한 양치기를 찾아오도록 명령한다. 마침내 왕 앞에 불려 온 양치기는 좀처럼 입을 열려하지 않았지만 사형에 처하겠다는 위협을 받고서야 진실을 이야기한다. 오이디푸스는 라이우스와 조카스터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었던 것이다. 오이디푸스가 두려워했던 예언은 사실로 드러났다. 자신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운명을 저주한다.


궁전 안으로 뛰어 들어간 오이디푸스는 아내이자 어머니인 조카스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발견한다. 그는 그녀의 옷에서 핀을 뽑아 그것으로 자신의 두 눈을 찌른다. 자신이 초래한 끔찍한 불행을 더 이상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맹인이 되고 패륜아로 비난받게 된 오이디푸스는 크레온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고 간청한다. 극의 결말은 오이디푸스가 크레온에게 왕위를 넘기고 자신이 테베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그곳에서 추방될 것인지를 정할 신탁을 겸허히 기다리며 끝을 맺는다.   


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Oedipus at Colonus)


이 작품에서 소포클레스는 한 영웅의 비극적 최후와 그가 아테네에 미친 신화적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극이 진행되면서 오이디푸스는 죄로 인해 자신의 도시에서 추방된 가련한 걸인의 신세에서 신의 축복과 저주를 내릴 수 있는 거대한 힘을 가진 존재로 변화된다.   

극의 초반부에 오이디푸스는 추방된 눈먼 거지꼴로 등장한다. 그와 그의 딸 안티고네는 아테네 부근의 도시 콜로누스에 다다른. 그들은 유메니데스(복수의 신들의 다른 이름)에게 바쳐진 신성한 땅 위에 서있었다. 오이디푸스는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와의 면담을 청한다. 그러던 중에 오이디푸스의 또 다른 딸 이스메네가 콜로누스에 도착해 테베의 왕 크레온과 오이디푸스의 아들 에테오클레스가 그의 귀국을 원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것은 그들이 오이디푸스가 지닌 축복의 힘을 확보하고 신탁이 예언한 혹독한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테베로 돌아가기를 거부한다. 테세우스 왕을 만나게 된 오이디푸스는 그에게 자신이 콜로누스에 머물다 죽어 그곳에 묻히도록 허락한다면 아테네에 큰 축복을 내리겠다고 약속한다.


테세우스가 그의 요청을 수락하자 오이디푸스의 축복을 원하던 크레온이 군사들을 이끌고 나타나 아테네를 위협하고, 오이디푸스의 딸들을 인질로 삼아 그의 귀국을 요구한다. 하지만 테세우스가 크레온을 물리쳐 딸들을 풀려나게 한다. 테베의 군대가 물러난 직후 오이디푸스의 또 다른 아들 폴리니세스가 나타나 형인 에테오클레스와 크레온에게 넘어간 테베의 권력을 되찾기 위해 내란을 일으키겠다고 말하며 아버지의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이 얘기를 들은 오이디푸스는 격노하여 그와 그의 형 에테오클레스는 서로의 손에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저주를 퍼붓는다.    


갑자기 천둥소리가 들리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종말이 다가왔다고 선언한다. 그는 테세우스와 두 딸, 이스메네와 안티고네를 숲 속의 은밀한 장소로 데려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의식을 치른다. 그러나 오이디푸스의 마지막을 목격한 것은 테세우스뿐이었다. 오이디푸스는 콜로누스에서 영면에 들었다. 아테네는 축복과 보호를, 테베는 저주를 받는다. 극의 말미에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더 이상의 무모한 싸움과 저주를 피할 수 있기를 바라며 테베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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