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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11. 2022

세상의 고장 난 것들

이경임 : 음악

음악

         이경임


세상에서 아름다운 음악은

망가진 것들에게서 나오네

몸속에 구멍 뚫린 피리나

철사줄로 꽁꽁 묶인 첼로나, 하프나

속에 바람만 잔뜩 든 북이나

비비 꼬인 호론이나

잎새도, 뿌리도 잘린 채

분칠, 먹칠한 토막뼈투성이 피아노

실은 모두 망가진 것들이네


하면, 나는 아직도

너무 견고하단 말인가?


Music

      Lee, Kyong-im


The most beautiful music in the world

Comes from something broken.

A fife with holes drilled through its body,

A cello or a harp tied with wires,

A drum with its belly full of air,

A horn twisted over and over,

A piano with blocks dyed black and white

With their roots and leaves cut off.

All are actually broken.


Then, Am I

Still too firm?


망가지고 부서지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 속에서 음악이 만들어집니다. 온전히 견고한 것에서는 나올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 그것이 음악입니다. 사실 그것은 망가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겠지요. 나무로, 쇠줄로, 빈 가죽으로, 구부리고 두드려서 만들어진 조화의 산물입니다. 놀랍죠? 그 아름다운 음악이 인간의 조악한 손으로 만든, 혹은 망가뜨린 악기에서 나온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러니 혹시 모르죠. 우리도 지금 망가져서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렇게 텅 빈, 고장 난, 우리 가슴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올 수 있다는 건 신의 신비이고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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