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경임
세상에서 아름다운 음악은
망가진 것들에게서 나오네
몸속에 구멍 뚫린 피리나
철사줄로 꽁꽁 묶인 첼로나, 하프나
속에 바람만 잔뜩 든 북이나
비비 꼬인 호론이나
잎새도, 뿌리도 잘린 채
분칠, 먹칠한 토막뼈투성이 피아노
실은 모두 망가진 것들이네
하면, 나는 아직도
너무 견고하단 말인가?
Music
Lee, Kyong-im
The most beautiful music in the world
Comes from something broken.
A fife with holes drilled through its body,
A cello or a harp tied with wires,
A drum with its belly full of air,
A horn twisted over and over,
A piano with blocks dyed black and white
With their roots and leaves cut off.
All are actually broken.
Then, Am I
Still too firm?
망가지고 부서지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 속에서 음악이 만들어집니다. 온전히 견고한 것에서는 나올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 그것이 음악입니다. 사실 그것은 망가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겠지요. 나무로, 쇠줄로, 빈 가죽으로, 구부리고 두드려서 만들어진 조화의 산물입니다. 놀랍죠? 그 아름다운 음악이 인간의 조악한 손으로 만든, 혹은 망가뜨린 악기에서 나온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러니 혹시 모르죠. 우리도 지금 망가져서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렇게 텅 빈, 고장 난, 우리 가슴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올 수 있다는 건 신의 신비이고 축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