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극장들

로마 연극-2

스펙터클(spectacle, 놀라운 볼거리)은 로마 세계의 중요한 일부였다. 승전의 행렬, 귀족의 장례식, 공적인 연회와 같은 스펙터클의 몇몇 형태들은 도시 전체를 그 배경으로 벌어졌다. 다른 것들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지어진 건축물에서 이루어졌는데, 연극과 오락을 위한 극장들, 검투사들과 맹수들 간의 싸움을 위한 원형극장(경기장), 운동 경기들을 위한 스타디움과 마차 경주장 등이 그것이었다. 전체적으로 스펙터클이 주된 요소가 되었던 로마의 문화는 사회적 정치적 엘리트들에 의한 자기 과시와, 공동체 전체의 공유된 가치와 제도의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써의 역할을 하였다.

로마에서 이루어진 주요한 연극적 행사들은 루디(Ludi)라 불리는 연례 종교행사들이었다. 이는 선출된 행정관들에 의해 주재되었고 국가가 재정을 담당하였다. 사원(寺院)의 봉헌식이나 개선(凱旋) 행진, 귀족들의 장례식도 볼만한 공연을 제공하였다. 기원전 55년까지는 로마 시내에 상설 극장은 없었고, 연극은 기껏해야 몇 주 정도 지속되는 임시 목조 구조물에서 공연되었다.

고대의 기록에 따르면 상설 극장의 건설이 늦어진 것은 원로원의 적극적인 반대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반대의 이유들---로마의 도덕성에 대한 우려, 대중 선동에 대한 두려움, 엘리트 사이의 경쟁---은 아직도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설극장들에 대한 문헌들은 그 구조물들이 제법 정교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가장 훌륭한 것은 M. 아에밀리우스 스카우로스(M. Aemilius Scaurus)가 기원전 58년에 세운 것이었는데, 플리우니스(Pliny, 로마의 정치가이자 백과사전 편집자)에 따르면 3층의 원주(圓柱)가 설치되어 있으며 3,000 개의 청동상으로 장식되어 있었다고 한다.   

로마 시내에 건설된 최초의 상설 극장은 폼페이우스 극장(Theatre of Pompey)이었다. 시저의 경쟁자였던 로마의 위대한 장군 폼페이우스가 개관한 이 극장은 오늘날 토대만이 남아있지만 당시에는 약 45미터 높이에 20,0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건축물이었다. 건물 뒤편에는 커다란 주랑(柱廊)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정원들이 들어서고 예술작품들이 전시되었다. 기원전 60년대 폼페이우스의 뛰어난 원정 직후 건설된 이 극장은 승리의 기념물로 기능하였다. 카베아(cavea, 객석)의 꼭대기에는 폼페이우스의 수호신인 ‘승리의 비너스’(Venus Victrix) 사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극장은 승리의 여신상들과 폼페이우스가 정복한 나라들을 의인화한 석상들로 장식되었다.

폼페이우스 극장의 건축 양식은 이후 거의 300년에 걸쳐 로마제국 전역에 걸쳐 세워진 극장들의 원형이 되었다. 이 새로운 건축물은 전통적인 그리스의 극장들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스의 극장은 두 개의 분리된 구조물로 구성되었었다. 즉 말발굽 모양의 관객석과 독립적으로 세워진 무대 건물이었는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로마의 극장은 온전히 에워싸인 구조물로 지붕은 없었지만 공연하는 날에는 종종 차일로 덮을 수도 있었다. 그리스 극장의 객석은 자연적인 언덕에 기대어 만들어졌던 반면 로마의 극장은 평평한 지면에 세워지고, 부분적으로 콘크리트 아치로 이어져 건물의 외부에서 객석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리스의 영향 하에 있었던 헬레니즘 세계에서는 극장의 무대 건물이 비교적 낮은 구조물이었고, 그림이 그려진 판으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대형 조각물은 거의 없었다. 반면 로마의 극장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크고 넓은 무대 전면(前面, scaenae frons, stage-front)에 거대한 원주가 세워지고 신과 영웅, 황가(皇家)와 유명 인사들의 상(像)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로마와 그리스 극장의 건축적인 차이는 시각적, 청각적 효과나 무대의 필요 사항과 같은 가능적인 요소들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다. 오히려 그리스 극장에 대한 로마의 개작(改作)은 사회적, 정치적인 이유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원주가 세워진 무대 전면은 그리스나 소아시아 지역에서 로마의 장군들에 의해 약탈되어 그들의 군사력에 대한 증거로 삼기 위해 전시된 조형물들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로마의 극장 건축은 또한 사회적 통제나 위계에 대한 지배층의 관심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였다. 그리스의 객석은 전체적으로 개방되어 있었던 반면 로마의 관객들은 계급, 성별, 국적, 직업, 결혼 여부에 따라 엄격히 구분되고 있었다. 이는 로마의 극장이 완전히 에워싸인 구조로 되어 건물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으며, 외부와 이어진 아치형 구조물 등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구조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적절한 위치에 자리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로마의 원형극장(경기장)

그리스 극장을 모델로 만들어진 로마의 극장들과는 대조적으로 원형경기장은 그리스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그곳에서 이루어진 검투나 맹수와의 싸움은 그 기원에 있어 그리스가 아닌 이태리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검투와 관련된 고대의 증거는 이태리 남부 파에스툼(Paestum)에서 발견된 기원전 4세기의 한 고분의 그림 장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대의 여러 작가들은 검투가 기원전 264년, D. 이우니우스 브루투스 페라(D. Iunius Brutus Pera)라는 로마의 귀족 장례식에서 나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기원전 1세기 중엽에 이르러서는 검투가 장례식에서 뿐 아니라 국가가 주재하는 축제에서도 벌어졌다. 제국 시대 내내 검투는 황제와 권력자들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남아있었다. 서기 325년 로마의 첫 기독교도 황제였던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평화로운 시기의 관객들이 보기에는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이유로 검투를 금지하였다. 하지만 문학적, 금석학적. 고고학적 증거들에 따르면 검투는 적어도 5세기 중엽까지 지속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초기의 검투는 임시로 가설된 목조 구조물에서 벌어졌다. 로마의 역사학자 리비우스에 따르면 기원전 218년에 이미 나무로 만든 객석이 놓인 로만 포럼(Roman Forum)의 길고 좁은 개활지에서 검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임시 구조물들은 평평한 공연 장소를 에워싼 타원형의 객석을 특징으로 하는 원형극장의 전형이 되었다. 최초의 원형극장은 기원전 80-70년 사이에 폼페이(Pompeii)에 지어진 석조 건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초기 원형극장들과 마찬가지로 폼페이의 극장도 소박하고 기능적인 외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객석은 부분적으로 흙으로 만든 축대로 지지되고 있었다.  

콜로세움

로마에 세워진 초기의 석조 원형극장은 기원전 29년 T. 스타틸리우스 타우루스(T. Statilius Taurus)에 의해 건축되었다. 그는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에 가장 신뢰받던 장군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이 건물은 서기 64년 화재로 불탔고, 이후 서기 80년에 로마제국 9대 황제인 베스파시아누스(Vespasianus)에 의해 건설된 콜로세움(Colosseum)으로 대체되었다. 이 콜로세움은 오늘날까지도 로마의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었다.

초기의 원형극장들과는 달리 콜로세움은 지하에 동물 우리나 승강기와 같은 기계장치, 복잡한 아치형의 콘크리트 구조물 등 정교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건물의 정면은 3층으로 겹겹이 올려진 회랑에 토스카나, 이오니아, 코린트 양식의 원주가 받치고 있었다. 고대의 동전에 묘사된 그 건물은 위쪽 두 층의 화랑에 거대한 신들과 영웅들의 상들이 서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의 원주 양식과 그리스 조각상의 모조품들을 장식했던 것은 로마만의 독특한 건축 양식을 위대한 그리스의 것들과 같은 수준으로 올려놓고 싶었던 로마인들의 열망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검투사들 간의 싸움에 더해 원형경기장에서는 베나티오네스(venationes) 혹은 베스티아리(bestiarii)라 불리던 검투사에 의한 맹수의 살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베나티오네스는 실연(實演)에 비용이 많이 들었으므로 그것을 주최한 관리들의 부와 관대함을 선전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국적인 동물(사자, 퓨마, 코뿔소, 코끼리 등)들의 등장 역시 로마의 지배권이 광대한 지역에 미치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사형선고를 받은 범죄자들은 십자가형이나 화형에 처해졌고 또는 맹수의 먹이가 되었다. 이들은 때로 소름 끼치는 신화를 재현하도록 강요받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