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Feb 07. 2022

플라우투스의 희극

로마 연극-3

마키우스 플라우투스(Maccius Plautus, 254~184 B.C.) 


플라우투스는 약 130편의 희곡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존하는 그의 작품은 스무 편이다. 그에 대해 알려진 바는 별로 없지만 젊은 시절에는 무대 장치를 담당한 목수였던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는 여가 시간에 그리스 연극을 공부하였고, 연극에 참여했던 경험을 통해 극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대표작 ‘암피트리온’(Amphitryon)과  '아울루라리아'(Aulularia, 황금 단지)를 소개한다. 


 을 소개한다.


1. 암피트리온(Amphitryon)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사랑받는 영웅은 헤라클레스(Hercules)였다. 그는 엄청난 힘을 지녀 신들을 파멸에서 구하고, 사람들을 무시무시한 괴물들로부터 지켜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왕국을 갖지도, 행복하지도 못하였다. 그리스인들은 그에 관한 노래를 만들었으며, 처음에는 비극에, 이후에는 희극 속에 그를 그려내었다. 플라우투스의 희극 ‘암피트리온’(Amphitryon)에서는 헤라클레스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헤라클레스(로마 신화에서는 헤르쿨레스)는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다. 극은 그의 탄생과 더불어 끝나기 때문이다. 그는 주피터(Jupiter,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Zeus)가 알크메네(Alcmene)라는 여인과 동침하여 잉태된다. 기간테스(Gigante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족으로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자식들)의 공격으로부터 올림퍼스의 신들을 지키기 위해 주피터는 최고의 힘을 지닌 인간 영웅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헤라클레스는 그러한 주피터의 계획에 의해 태어난 것이었다. 그가 지상의 여인과 동침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알크메네(Alcmena)와의 관계는 매우 특별한 경우였다. 왜냐하면 알크메네에게는 남편이 있었고, 그녀는 매우 정숙하여 남편 이외의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주피터는 그녀의 남편 암피트리온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그는 또한 자신의 아들이자 신들의 전령사인 머큐리(Mercury,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 Hermes)와 동행하는데 그는 암피트리온의 시종인 소시아(Sosia)의 모습으로 위장한다. 


플라우투스의 극은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머큐리(Mercury,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가 무대에 등장해 관객들에게 말한다. “나는 머큐리 신이다. 주피터 신과 나는 그대들에게 비극을 보여주기 위해 왔다. 비극을 원치 않는다고? 그쯤이야 별 것 아니지. 나는 신이야. 희극으로 바꾸어주지!” 당시 알크메네의 남편이자 테베의 왕이던 암피트리온은 전쟁에 출정 중이었고 그의 아내는 홀로 남겨져 있었다. 마침내 주피터는 3일 동안 해가 뜨지 못하게 하고 자신을 남편으로 아는 알크메네와 동침한다. 머큐리의 일은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주피터가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해주는 일이었다.  


한편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암피트리온에 앞서 집으로 돌아온 소시아는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머큐리를 보게 되고 말다툼 끝에 싸움을 벌이지만 그의 힘을 당하지 못한다. 자기 자신에게 얻어맞은 꼴이 된 소시아는 주인에게 돌아가 자신이 겪은 일을 얘기한다. 그의 말을 믿지 못한 암피트리온은 다음 날 아침 집을 향해 출발한다. 그 직전에 주피터와 작별하고 알크메네는 문 앞에서 남편과의 짧은 만남을 서러워하며 슬프게 노래 부른다. 그때 다시 집으로 오고 있는 남편을 보게 된다. 


“어떻게 이렇듯 일찍 돌아오셨나요?”

“일찍 이라니? 전쟁은 길었소. 여러 달을 못 보았지 않소?”

“무슨 말씀이세요. 저와 함께 계시다가 막 떠나셨잖아요.” 


설왕설래 후 두 사람은 소시아를 부른다. 그는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제게 당신의 전리품인 황금 컵을 주셨잖아요.”

“누군가 내게서 훔쳤겠지.”

“누가요?” 

“부정한 여인, 당신의 연인이겠지” 


암피트리온은 아내를 비난하며 집을 떠나 병영으로 돌아간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했음을 확신하자 그의 의혹은 분노와 질투로 변한다.  


남편의 의심과 비난에 직면한 알크메네는 집을 떠나려 하지만 주피터가 그녀를 막아선다. 그는 즉시 모든 것을 원상으로 돌려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기적과도 같이 알크메네는 쌍둥이 아들을 낳는다. 한 아이는 암피트론의 아들이고 다른 아이는 주피터의 아들 헤라클레스였다. 

“기적이에요. 아무 고통도 느끼지 않고 출산을 했어요. 두 아이는 동시에 태어났는데 모두 요람 위에 놓여있었죠.” 알크메네가 말했다.  


그때 거대한 뱀 두 마리가 요람 쪽으로 기어간다. 모두가 겁에 질려 있을 때, 이제 막 태어난 두 아이 중 유독 체격이 큰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뱀의 목을 쥐고 비틀어 죽인다. 


“정말 기적이로군.”


암피트리온이 경악하고 있는 가운데 주피터가 신의 모습으로 하늘에서 등장해 암피트리온에게 말한다. 


“내가 알크메네와 잠자리를 함께 했네. 두 아이 가운데 먼저 난 아이는 내 아들이고 나중 아이는 그대의 아들이야. 알크메네는 정숙했다. 그녀는 내가 그대인 줄 알았으니까.”  


주피터의 이야기를 들은 암피트리온은 신과 아내를 공유한 것에 영광으로 여긴다. 


2. 아울루라리아(Aulularia, 황금 단지)


‘아울루라리아’(Aulularia)는 흔히 ‘황금 단지’라는 제목으로 번역되고 있다. 인색한 주인공 에우클리오(Euclio)는 집에서 황금 단지를 발견한 후로 그것을 지키고자 노심초사한다. 이 극의 끝 부분은 남아있지 않지만 후대에 기술된 줄거리나 몇몇 단편적인 대사들을 통해 극이 어떻게 끝날지 짐작할 수는 있다. 


극은 가정의 수호신인 라르 파밀리아리스(Lar Familiaris)가 에우클리오라는 노인이 집에서 황금 단지를 발견하게 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혼인 적령기의 딸 패드리아(Phaedria)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집안의 뜰에 묻혀있던 황금 단지를 찾아낸 뒤 그것을 잃을까 병적으로 걱정한다. 한편 그의 딸 패드리아는 리코니데스(Lyconides)라는 한 젊은이와 사랑에 빠져 아버지도 모르는 사이에 임신을 하고 만다. 그녀는 무대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관객들은 극의 중요 지점에서 출산 중에 지르는 그녀의 비명 소리를 듣는다. 


에우클리오는 자신의 딸을 이웃의 부유한 노총각 메가도로스(Megadorus)와 결혼을 시키려 한다. 그는 리코니데스의 삼촌이기도 하였다. 한참 결혼식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리코니데스가 자신의 시종과 함께 등장해 패드리아와의 관계를 에우클리오에게 고백한다. 그러는 동안 리코니데스의 시종이 황금 단지를 훔쳐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리코니데스는 자신의 시종을 강하게 추궁한다. 

이 지점에서 극의 나머지 대본이 소실되고 말았다. 하지만 몇몇 이후에 써진 줄거리에 미루어볼 때 에우클리오는 마침내 황금 단지를 되찾아 그것을 리코니데스와 패드리아에게 주고 두 사람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 결말을 예상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극에서 ‘비극은 죽음으로 끝나고 희극은 결혼으로 끝난다’는 원칙은 이러한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금전에 집착하는 인색한 인물은 수 세기 동안 희극의 전형적인 인물(stereotype)이 되어왔다. 16세기 후반 영국의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Christopher Marlowe)의 작품 ‘말타의 유대인’(The Jew of Malta)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굿모닝, 나의 재물들’하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구두쇠였고, 같은 시기 셰익스피어가 쓴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에서도 유대인 수전노 ‘샤일록’(Shylock)이 등장한다. 그 당시의 유럽인들에게 유대인들이 어떤 존재였던 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물질에 앞선 자비와 사랑의 기독교적 정신에 대한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의 믿음을 반영하기도 하였다. 19세기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Christmas Carol) 속의 스크루지(Scrooge)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극 속의 주인공 에우클리오는 재물에 대한 탐닉에 빠져있기는 하지만 플라우투스의 풍자는 한결 부드러운 편이었다. 결국 에우클리오는 선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황금 단지’는 또한 젊고 아름다운 패드리아와 결혼하려는 늙은 총각 메가도로스를 풍자하기도 한다. 이는 인간의 탐욕과 관련하여 에우클리오의 황금에 대한 집착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전주의 원칙 가운데 하나인 데코럼(Decorum, 적정성)에는 젊은 여성을 탐하는 노인의 행위에 대한 조롱도 포함하고 있다. 이 원칙은 이후 신고전주의에서도 지켜지고 있으며 17-18세기 영국의 ‘풍속극’(Comedy of Manners)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에우클리오가 황금을 포기하였듯 메가도로스 역시 젊은 여성과의 결혼에 대한 어리석은 꿈을 포기함으로써 데코럼에 입각한 이성적인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대 로마의 극장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