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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Feb 10. 2022

고마웠어요, 스쳐간 인연들

이주엽 : 길 위에서

길 위에서

        이주엽


긴 꿈이었을까 저 아득한 세월이

거친 바람 속을 참 오래도 걸었네

긴 꿈이었다면 덧없게도 잊힐까

대답 없는 길을 나 외롭게 걸어왔네


푸른 잎들 덮고 새들 노래를 하던

뜰의 옷에 견딜 어여쁜 시간은 지나고

고마웠어요 스쳐간 그 인연들

아름다웠던 추억에 웃으며 인사를 해야지


아직 나에게 시간이 남았다면

이 밤 외로운 술잔을 가득히 채우리


푸른 하늘 위로 옷은 날아오르고

꽃잎보다 붉던 내 젊은 시간은 지나고

기억할게요 다정한 그 얼굴들

나를 떠나는 시간과 조용히 악수를 해야지


떠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면

이 밤 마지막 술잔에 입술을 맞추리


긴 꿈이었을까 어디만큼 왔는지

문을 열고 서니 찬바람만 스쳐가네

바람만 스쳐가네


On the Road

            Lee, Joo-yeop


Was it a long dream? -those far-off days.

So  long have I walked in the rough wind.

If it had been a long dream, would it be forgotten in vain?

Along the road, with no answer, I’ve been walking alone.   


Those beautiful days have already gone,

Covered with green leaves, birds singing,

Carrying on with the heavy clothes in the yard,  

Thanks to all the past relations.

With a smile, I will greet those good memories.  


If time is left for me,

I will fill my lonely wine glass tonight.


Clothes are flying high up to the blue sky.

My young days, redder than petals, have passed.

I will remember those friendly faces

And silently shake hands with the time that leaves me.


If it is time to leave

I will give my last kiss to my glass.   


Was it a long dream? How far have I come?

Opening the door, I only find the cold wind passing,

The wind passing.        


돌이켜 보면 참 아득한 세월입니다. 꿈처럼 지나간 시간입니다.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걸어온 길이건만 꿈처럼 잊히고 마는군요. 아름다웠던 시절도 있었죠. 온통 싱싱한 잎들이 무성하고, 세상 모든 것들이 찬란히 노래하던 시간들, 그때는 내 삶의 무게조차 견딜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날들은 가고 추억만이 가득하군요. 하지만 고마웠던 사람들, 좋았던 일들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내 남은 시간에 건배!


어깨를 눌렀던 많은 상념마저 훌훌 털어버리고, 뜨거웠던 그날들, 함께 했던 그들이 그리워 흘러가는 시간의 손을 잠시 더 잡아봅니다. 기어이 떠나는군요. 이제 내 마지막 키스를 보내려 합니다. 긴 꿈이었을까요? 어디쯤 인지도 모르는 채, 가슴에 뚫린 구멍으로 찬바람만 불어옵니다.


* 위의 시는 최백호가 부른 ‘길 위에서’의 가사입니다. 가슴 시린 추억을 떠올리는 노랫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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