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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Feb 08. 2022

날 어쩌란 말이냐

유치진 : 그리움 2




그리움 2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Yearning 2

                You, Chi-whan


Wave, what am I supposed to do?

Wave, what am I supposed to do?

As my love, like land, still remains unperturbed,

What am I supposed to do?

What should be done to me?


돌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소리쳐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세상이 그렇고, 세상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것을 놓고 애써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내가 움직이는 것이 낫지요. 영겁의 시간을 지나도 파도가 부술 수 있는 것은 바닷가 작은 바위산 하나일 뿐입니다. 찰나의 시간을 살며 우리가 부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산을 내게 오게 할 수 없다면 내가 산에게 다가가야죠. 다가오지 않는 것을 목 놓아 불러보아야 소용없다면 내가 먼저 다가서거나, 그저 고개를 돌려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두어야 합니다. 무심한 것은 무심한 채로 두어야죠. 집착은 힘든 것이 아니라 슬픈 것이니까요. 짧은 세월 슬픔에 나를 가둬둘 필요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어째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고 싶지 않은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시는 ‘날 어쩌란 말이냐’로 끝나는 것이지요.


그리움

         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찌기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더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느 메 꽃같이 숨었느뇨?


Yearning

              You, Chi-whan


Today the wind blows

And my heart is weeping.

I am still on the street

Where we once walked together under the same sky.

But your face is not to be seen anywhere.

On this windy day I miss you so much more.

My heart is crying in vain all day

Like a flag in the air.

Oh, which mountain do you hide yourself in like a 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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