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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Feb 10. 2022

사랑을 기우다

시를 주는 이 : 엄마의 재봉틀

엄마의 재봉틀

          시를 주는 이


모두가 잠든 밤

훤히 불 진 아랫방에선

사랑을 기우는 소리


아버지의 헤진 바지

찢어진 나의 분홍 원피스

오빠들의 구멍 난 양말까지


사랑을 기우고

가난을 기운다


늦은 밤 달과 별을

친구 삼아


엄마의 손과 발은

쉴 새 없이 페달을 밟고


달그락달그락

철커덕철커덕


사랑을 기우고

가난을 기운다


Mother’s Sewing Machine


At night, when all fall asleep,

From the dimly-lighted, detached room

Comes the sound of stitching up Love:


Father’s tattered trousers,

My worn-out one-piece dress,

Holes in brothers’ socks.


Stitching up Love

Patching up Poverty.


Having the moon and the stars

As companions at midnight,


Mother, with her hands and feet

Continues sewing and pedalling.


Rattling,

Cluttering,


She stitches up Love,

And patches up Poverty.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소리가 있죠. 한 겨울 바닷가 파도 소리, 거리에 흐르던 크리스마스 캐럴, 떠나가는 기차의 울음소리, 떨리듯 고백하던 한숨소리... 수많은 소리와 그것에 담긴 애잔한 사연들, 우리의 삶은 소리에 대한 기억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잊지 못할 내음도 있습니다. 아버지의 코트 자락 안에 담긴 군고구마 냄새, 이른 새벽 차가운 부엌에서 어머니가 끓이시던 김치찌개 냄새, 그녀의 품 안에서 맡던 ‘구리무’ 냄새... 시인은 어린 시절의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모습과 소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깊은 밤 어머니의 재봉틀 소리, 그 아련한 소리를 기억합니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도 어머니는 잠 못 들고 재봉틀을 돌리셨습니다. 남편과 자식들의 헤진 옷가지를 꿰매고, 기우면서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사랑을 기우고, 가난을 기운다’라는 구절에 나는 그만 잊고 지낸 오랜 고마움과 미안함에 울컥 목이 멥니다. 아 어머니, 그립고 또 그리운 분, 달그락, 철커덕, 잊을 수 없는 그 소리는 어머니의 미소였고, 속삭임이었고, 눈물이었습니다.  


* 위의 영문은 ‘시를 주는 이’라는 필명을 쓰시는 브런치 작가님의 2022년 2월 6일 자 시 ‘엄마의 재봉틀’을 영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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