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發芽)
양윤미
흙 속의 씨앗도
태양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를 감싼 흙과
그에게 스며든 물에게 배웠다
흙 속의 씨앗도
바람이 부는 것을 믿는다
부지런한 개미와
느릿느릿한 달팽이에게 들었다
흙 속의 씨앗은
보지 못한 것을 알고
만지지 못한 것을 믿기에
그래서 싹을 틔운다
누구의 말을 듣고
무엇을 배울지는
싹이 트느냐 마느냐 하는
그런 일이기도 했다
Germination
Yang, Yoon-mi
A seed in the soil knows
The sun is up there, which it learned
From the soil wrapping it up
And the water permeating into it.
A seed in the soil believes
The wind blows, which it heard
From the diligent ants
And slow-creeping snails.
As the seed in the soil
Knows what it cannot see,
Believes what it cannot touch,
It shoots out the bud.
Whom to hear
Or what to learn
Determined
Whether to burgeon or not.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언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는’ 잔인함 뒤에는 신이 창조한 만물의 질서가 있으니까요. 암흑 같은 흙에 덮여서도 씨앗은 태양의 온기와 스며드는 물방울로 생명을 잉태합니다. 개미와 달팽이의 움직임만으로도 바람의 흐름을 깨닫고,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어둠의 심연을 뚫고 싹을 틔웁니다. 무엇을 듣고, 무엇을 배우느냐가 봄의 태동을 가능케 합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 위의 영문은 브런치 작가이신 양윤미 시인이 2021년 9월 19일에 올린 시 ‘발아’를 영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