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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Feb 19. 2022

이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알렉산더 포프 :  고독에 바치는 송가  

고독에 바치는 송가(頌歌)

              알렉산더 포프


이런 사람은 행복합니다. 걱정하고 바라는 것은

단지 아버지가 물려준 몇 마지기의 땅,

제 땅 위에서

고향의 공기를 마시며 만족하는 사람.


소에게서 우유를, 밭에서 먹을 것을

양들에게서 입을 옷을 얻는 사람.

나무들이, 여름에는 그늘을

겨울에는 불을 주는 사람.


이런 사람은 축복받았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

시간과 하루와 세월이 조용히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

몸은 건강하고, 마음은 평화로워

낮 동안 고요한 사람.


밤에는 깊이 잠들고, 일과 휴식이

섞여, 달콤한 안락감  

그리고 모두가 좋아하는  

명상과 함께 하는 순수함.


그렇게 살게 하소서, 보이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채,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가운데 죽게 하소서.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져, 돌멩이 하나도

나 누워있는 곳 알리지 못하게.


 Ode on Solitude

            by Alexander Pope


Happy the man, whose wish and care

A few paternal acres bound,

Content to breathe his native air,

In his own ground.


Whose herds with milk, whose fields with bread,

Whose flocks supply him with attire,

Whose trees in summer yield him shade,

In winter fire.


Blest, who can unconcernedly find

Hours, days, and years slide soft away,

In health of body, peace of mind,

Quiet by day,


Sound sleep by night; study and ease,

Together mixed; sweet recreation;

And innocence, which most does please,

With meditation.


Thus let me live, unseen, unknown;

Thus unlamented let me die;

Steal from the world, and not a stone

Tell where I lie.



18세기 전반 영국의 대표적인 시인 알렉산더 포프가 12살 때 썼다고 알려진 시입니다. 아무리 봐도 소년의 시로는 믿어지지 않습니다. 지내온 세월 속의 깨달음이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열 두 해를 지내고 얻은 깨달음이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하긴 우리 역사 속에서도 어린 나이에 심오한 한시를 쓴 천재들의 이야기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시인의 나이를 배제한다면 이 보다 명징한 삶의 진리가 있을까 싶습니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자연에서 필요한 것을 얻고, 건강한 과 평화로운 마음으로 세월의 흐름을 지켜볼 수 있는 사람. 일하고 쉬는 단조로운 생활 속에서 안락을 느끼고 순수한 마음으로 삶을 성찰하는 사람.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그것이 진정 행복이고 축복일 테니까요. 그리고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그런 죽음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저 내 모든 것이 영원한 망각 속에 잊히는 고요함을 갈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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