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의 꿈
박남준
차마 버리고 두고 떠나지 못한 것들이 짐이 된다
그의 삶에 질주하던 초원이 있었다
지친 것들을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것들도 생각한다
한 꽃이 지며 세상을 건너듯이
산다는 일도 때로 그렇게 견뎌야 하겠지
버릴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일까
떠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한때 머물렀던 것들이 병이 되어 안긴다
아득한 것은 초원이었던가
그렇게 봄날이 가고 가을이 갔다
내리 감긴 그의 눈이 꿈을 꾸듯 젖어 있다
몸이 무겁다
이제 꿈길에서도 유목의 길은 멀다
A Nomadic Dream
Park, Nam-joon
It was a burden to him---what could not be left and abandoned.
There was a galloping pasture in his life.
He thinks of something tired,
Things unavoidable.
Just as he crosses the world when a flower falls,
So he should often bear living.
What are things you cannot abandon?
What gets you not to leave?
What once stood still comes to me as a disease.
Was the pasture so far from here?
So went spring and so did autumn.
His closed eyes are wet as if he were in a dream.
He feels his body heavy.
Even in a dream has he still a long nomadic way to go.
정해진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따뜻한 일인지요. 힘들고 지친 몸을 뉘일 아늑한 나의 방이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요. 한참 바쁘던 시절 잠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나의 삶이 유목민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사실 인생 자체가 유목의 길이기도 합니다. 결국 어느 곳에선가 멈춰야 할 것을 알면서도 끝없이 가야만 하는 노매드의 삶, 그것이 우리네 인생길이죠. 그들에게는 목축을 위한 풀과 물이 있는 초원과 오아시스가 고향이고 집이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길을 떠나죠. 버릴 수 없고, 떠날 수 없는 것들을 다시 짊어지고 척박한 길을 걷고 또 걸어야 합니다. 초원의 푸르름을 꿈처럼 간직하고 그들은 세상과 삶을 건너갑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그들의 운명이었죠. 그렇게 견뎌내야 했습니다. 머무르고 싶다는 갈망으로 고통받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초원을 만나기까지 얼마나 더 가야 할까요? 그렇게 계절은 가고 가끔은 젖은 그리움으로 꿈속을 걷기도 합니다. 무거운 발을 이끌고 오늘도 유목의 길을 떠나야 합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