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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Feb 16. 2022

지운 것과 그리운 것

노아 : 지우기

지우기

          노아


그냥 지워댑니다

지난 것은 언제나 지움의 대상입니다

그러다 문득

한둘은 남기고도 싶습니다

그래도 지웁니다

남은 것을 걱정하는 나약함 때문입니다.


하늘이 울상을 짓습니다.

비라도 퍼부울 모양입니다

그렇게 씻기겠지요

깨끗이 지워지겠지요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립니다

언젠가는 지워버린 것들이 그립겠지요


Erasing

          Noh Ah


I’m just erasing.

Past things I’ve been erasing.

But suddenly

I hesitate to pound a delete key.

But I'm still  erasing because I'm

Weak enough to worry about what is left.


The sky is ready to cry.

It seems to rain heavily.

Thus they will be washed away,

Thoroughly wiped away.

It rains in my mind.

Someday I should miss things forgotten.


잊히는 것이 두려운가요? 먼저 잊으세요. 하루하루 쌓였던 의미 없는 파일을 삭제하듯 그렇게 지워버리세요. 용서할 수 없을 때에는 잊으세요. 잊힌 것들은 괴롭히지 못하니까요. 영구 삭제된 파일을 다시 찾을 수 없는 것처럼. 입지도 않으면서 버리지 못하는 옷가지 같은 기억들도 버리세요. 괜히 당신 마음의 터만 차지할 뿐이니까요. 아쉬움을 버리세요. 다른 사람 생각도 버리세요. 당신만 바라보세요. 남들은 벌써 모두 잊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가끔 그리워는 하세요. 이미 지워져서 무언지 모를 그것에 대한 그리움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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