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영국의 록 보컬리스트이자 인권 운동가였던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과 기업가인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당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 넬슨 만델라와 세계 ‘원로회의’(The Elders)라는 개념을 논의하였다. 그리고 10년 뒤인 2007년 7월 18일 요하네스버그에서 만델라는 ‘원로회의’의 출범을 선언한다. 오늘날의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와 갈등의 해소에 원로들의 지혜와 힘을 빌리자는 취지로 설립된 이 모임의 첫 의장은 가나 출신의 전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Kofi Annan)이었다. 당시 만델라와 남아공 성공회의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 대주교는 명예 원로로 위촉되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전 세계의 원로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아일랜드 초대 여성 대통령이었던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이 의장, 한국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미망인이자 모잠비크의 초대 교육부 장관이었던 그라사 마셸(Graça Mache)이 부의장이다. 다음은 89세의 만델라가 ‘원로회의’ 발족식에서 행한 연설문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분열과 갈등의 치유를 위해 원로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서 의미 있는 연설이라고 생각된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은 본질적으로 전 지구적인 것들입니다. 기후 변화,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과 같은 팬데믹들이 그것입니다. 물론 인류 전체가 고통을 받는 폭력적 갈등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처해야 할 우리의 조직들은 흔히 정치, 경제, 지리적인 제약에 묶여있습니다. 정부라는 조직들은 직면한 도전에 종종 불평등하게 대처하고 있으므로, 자신들의 이익을 생각지 않고 객관적인 자세로 노력하는 소수의 헌신적인 원로 지도자들의 노력이 이 다루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지도자들의 모임을 만들어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곳에 오셨고 어떤 분들은 안타깝게도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경험과 용기 그리고 민족, 인종, 주의의 편협한 관심사를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 모아진다면, 우리가 사는 세계를 평화롭고, 건강하고 공평한 곳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을 지구의 ‘원로들’이라 부르겠습니다. 연령 때문이 아니라 그분들의 개인적, 집단적 지혜로움 때문입니다. 이 모임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권력에서가 아니라, 이곳에 계신 분들의 독립성과 정직함에서 그 힘을 얻을 것입니다. 그분들은 만들어가야 할 경력도, 이겨야 할 선거도, 비위를 맞추어야 할 선거구민도 없습니다. 그들은 원하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있고, 대중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이 옳다고 여기는 길을 자유로이 따를 수 있습니다.
리처드 브랜슨과 피터 가브리엘이 ‘원로회의’라는 생각을 가지고 저를 찾아온 지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그 이래로 저는 그 개념이 성장하고, 조직되어 힘을 얻고, 실제의, 생명력 있고 실용적인 운동이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경험과 힘,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깊은 헌신으로 ‘원로회의’가 강렬하고, 독립적이며, 굳건한 세력이 되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 특히 인기 없는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이 원로회의가 결코 일방적이거나 자만하지 않고 전문 기관의 조언을 구하고, 그들과 협력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원로들은 쉽고 단기적인 길 대신에 장기적이며 지속 가능한 길을 통해 맞서야 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의 지역적, 토착적 지식을 바탕으로, 친구와 적 모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그들을 화해시키고, 문제의 해결에 의지가 있는 누구와도 협력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원로 분들은 혁신적인 사상을 품고, 알리며 실제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하는 알려지지 않은 해결책을 찾아낼 것입니다.
사업을 하는 그분들의 친구들을 통해 최신의 기술을 동원하고, 잊혀진 문제들에 대한 인식을 제기할 뿐 아니라 그것을 해결할 자원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기술을 사용하든 간에 진정한 변화의 촉매제는 궁극적으로 친절과 관대한 지원임을 믿습니다. 저는 저의 존경받는 친구들이 이 모든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제 친구이신 대주교께서 그 일에 참여함으로써 원로들 모두 인류의 필수적인 상호 의존의 정신을 주창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우분투(Ubuntu)의 정신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인간에 대한 박애를 통해서만 우리는 인간이 된다는 심오한 아프리카의 정신인 것입니다.
저는 우리의 원로 분들이 진정한 롤 모델이 되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자신들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의 정신을 이끌고, 안내하고, 지원할 것입니다. 그분들은 자유롭고 대범하게 말하고, 행동이 필요한 현장에서 공공연히 또는 막후에서 일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은 가장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것입니다. 가진 것이 없어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분들 말입니다. 원로회의는 그들을 대표하고, 그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저는 또한 우리의 원로분들이 공포가 있는 곳에 용기를, 갈등이 있는 곳에 화합을 뒷받침할 것이며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불러일으킬 것을 확신합니다. 이 운동은 더할 수 없이 적절한 시기에 시작이 됩니다. 그것은 다양한 사람들을 기술, 자원과 결합하여 거대한 과업을 완수하게 할 것입니다.
저는 세계의 ’ 원로회의’라고 불리는 이 운동이 발진되는 시점에 이곳에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은퇴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구하고, 동지들을 구하는 진정으로 흥분되는 그분들의 일에 함께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의 원로분들이 세상을 덮고 있는 암흑에 빛을 밝히고, 끊임없는 갈등으로 지쳐있는 지역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으실 것을 믿습니다. 원로분들의 건승과 성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