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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제2의 천성

by 최용훈

습관은 행동을 결정한다. 우리의 많은 선택과 결정이 습관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보여준다. 19세기 미국의 신학자 타이론 에드워즈(Tyron Edwards)는 습관을 가리켜 “처음에는 약한 거미줄 같지만 그대로 두면 우리를 꼼짝 못 하게 묶는 쇠사슬이 된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습관은 제2의 천성이 된다. 의학에서는 유전자가 수명이나 질병의 패턴을 결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의 병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생활습관이 유전자 구조에 변형을 일으킨다. 어려서 한국과 미국에 각각 입양된 일란성쌍둥이의 경우, 그 유전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살아온 환경의 탓으로 질병의 일치율이 크게 다른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였다. 후천적인 생활습관을 통하여, 유전자의 발현 양상이 달라지고, 수명과 질병 형태도 달라진다. 체질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지만, 후천적인 습관에 의하여 체질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습관의 회로


MIT 대학 앤 그레이빌(Ann Graybiel) 교수와 다트머스 대학 카일 스미스(Kyl Smith) 교수는 미국의 과학주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기고한 논문에서 우리 뇌에는 ‘습관 회로'(habit circuits)가 있어, 어떤 행동이 반복되다 이 회로에 걸려들면 습관이 된다고 주장한다. 오래된 습관일수록 이 회로에 더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벗어나기가 어렵고, 결심이나 충격을 통해 일시 습관을 끊었다 하더라도 계기만 있으면 슬며시 원래의 습관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결국 습관도 뇌의 작용을 통한 일종의 학습인 것이다. 따라서 일단 습관이 되면 그것은 우리의 행동 패턴으로 자리 잡게 된다. 16세기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습관과 행동의 관계를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생각하고, 규칙에 따라 말하며, 습관에 따라 행동한다.”


그래서 감정도 습관이 된다. 늘 외로운 것에 익숙해 있던 사람은 남과 함께 있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무슨 일에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좋은 일에도 불안감을 느낀다. 좋지 않은 결과를 생각하는 습관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더 선호한다. 유쾌한 감정을 택하기보다는 괴롭고 슬픈 감정이라도 습관의 회로 속에 있는 익숙한 감정을 선택한다. 그래서 긍정적인 것, 즐겁고 유쾌한 것, 그리고 선하고 올바른 것을 습관의 회로 속에 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영국 최초의 여성 수상이었던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철의 여인’(The Iron Lady)에서 그녀의 아버지는 어린 대처에게 이렇게 말한다. “생각을 조심해, 생각은 말이 되니까. 말을 조심해, 말은 행동이 되니까. 행동을 조심해, 행동은 습관이 되니까. 습관을 조심해, 습관은 인격이 되니까. 인격을 조심해, 인격은 운명이 되니까.” 어떤 의미에서 습관은 곧 우리 자신일지 모른다. 습관이 모여서 우리의 삶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습관은 나쁜 행동에 대해 우리를 둔감하게 만드는 괴물이며, 착한 행동에 대해서는 몸에 딱 맞는 아름다운 옷을 입혀주는 상냥한 천사이다.”

(다음의 동영상은 대학생들을 위해 제작된 것입니다.)


습관-제2의 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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