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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08. 2022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 : 가지 않은 길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두 길을 모두 갈 수는 없었죠.

나그네가 된 나는 오랫동안 멈춰 서서

한 길이 덤불 속으로 꺾여 내려간 데까지

할 수 있는 한 멀리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아마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그 길은

풀이 더 우거지고 걸었던 흔적이 적었습니다.

사실 말하자면, 발자취로 닳은 건

두 길이 비슷하긴 했지만,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누구도 밟지 않은

낙엽 속에 묻혀 있었습니다.

아, 나는 뒷날을 위해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다른 길에 이어져 끝이 없으므로

내가 다시 여기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멀고 먼 훗날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덜 걸은 길을 택하였다고,

그것으로 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The Road Not Taken

                      by Robert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 합니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죠. 인생은 B(Birth: 탄생)와 D(Death) 사이에 있는 영원한 C(Choice: 선택)라고 말입니다. 단 하루도 우리는 선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다못해 외출하면서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 조차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철학적인 관점에서는 행복조차도 선택이라 합니다. 행복은 우리가 행복하기로 마음먹어야 비로소 얻어진다는 것이지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성공’과는 다른 것이니까요. 행복은 작은 것들 속에서도 얻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의 천진한 미소,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창가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 소중한 누군가의 환한 웃음... 행복은 그런 사소한 것들 사이에서 기꺼이 행복하리라 선택하는 순간,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지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아침에 일어나면 늘 이렇게 마음으로 되뇐다고 합니다. ‘오늘 내게는 좋은 일이 있을 거야. “ ”나는 오늘 행복하기를 선택하겠어. “ 그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그가 소유한 거대한 부(富)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는 행복하기를 선택했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일지 모르죠. 올림픽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짓는 사람은 금메달을 딴 사람이라고 합니다. 세계 일등이 되었으니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받았다는 느낌을 갖는 게 당연하겠죠. 그런데 두 번째 행복한 표정은 은메달이 아니라 동메달을 딴 선수라 합니다. 그는 자신이 메달 권에 들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죠. 한편 은메달리스트는 놓치고 만 금메달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에 활짝 웃을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행복은 어떤 마음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인 것입니다.


시인의 시는 우리의 삶 속에서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되돌아보게 합니다. 숲 속에 난 두 갈래 길 앞에서 시의 화자(話者)는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를 망설입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화자는 사람들이 덜 걸어간 길을 선택합니다. 다른 길을 포기한 것이 아니고 언제가 돌아와서 그 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진 것이었죠. 하지만 그 역시 그럴 수 있으리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 번 들어선 그 길은 뒤돌아 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죠. 우리네 인생살이가 그렇지 않을까요? 가끔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하며 후회와 미련으로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 어느새 모든 것이 세월 속에 묻히고 마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그저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겠지요. 선택은 언제나 우리의 몫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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