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여왕의 시대 (1550~1620)
시대적 배경 : 꿈과 모험의 시대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대는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An Empire under the Sun)으로 발전하는 초석이 놓아진 시대였다. 스페인의 무적함대(Invincible Armada)를 꺾고 유럽 제일의 해군력을 자랑하게 된 것도 이때이다. 또한 셰익스피어라는 위대한 작가가 37편의 희곡을 썼던 시기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그녀의 시대는 영국의 최고 전성기를 의미한다. 도버해협으로 인해 대륙과 분리된 채 섬으로 남아있던 영국은 늘 유럽의 문화적, 예술적 경향을 뒤늦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유럽의 르네상스가 영국에 도착한 것도 이 시대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삶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이다. 그녀는 장미전쟁을 통해 리처드 3세를 물리치고 왕좌에 오른 헨리 7세의 손녀였고, 왕비와의 이혼을 요구하다가 로마 교황청과 대립하고 마침내 교황과 단절하여 영국교회(Anglican Church: 오늘날의 성공회)의 성립을 선포한 헨리 8세의 딸이었다. 헨리 8세는 궁정의 시녀였던 앤 불린(Ann Bolyn)과 사랑에 빠져 스페인의 공주 캐서린(Catherine) 왕비와 이혼하였고, 앤 불린이 아들을 낳지 못하자 누명을 씌워 그녀를 런던탑에 가두어 죽게하고 귀족의 딸과 결혼하여 늦은 나이에 마침내 아들을 둘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헨리 8세와 앤 불린 사이에서 태어난 불운한 공주였다. 아들인 에드워드가 왕위 계승 순서에 으뜸이었고, 캐서린 왕비와의 사이에서 나은 메리 공주가 두 번째,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마지막이었다. 헨리 8세의 사후 아들 에드워드가 왕위에 오르지만 병약했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고 그 뒤를 이은 메리 여왕도 왕위에 오래 있지 못하고 죽자 엘리자베스는 스물다섯의 나이로 1558년 엘리자베스 1세 여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그리고 1603년 세상을 뜰 때까지 무려 45년 간 통치하여 영국을 유럽의 최강국 자리에 오르게 하였던 것이다.
공주 시절 궁정의 수많은 권력 투쟁 속에서 무수한 고통과 박해를 받았던 엘리자베스는 왕위에 오르자 먼저 전 왕인 메리 여왕 시절에 있었던 가톨릭 우대 정책을 폐지하고 신교에 대한 박해를 금지함으로써 종교적 관용의 시대를 열었다. 또한 이 시대는 무역의 신장으로 경제가 번창함에 따라 국민들의 사회적 만족감도 급격히 상승하였다. 아울러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식민지 건설에 나선, 꿈과 모험의 역동적 시대이기도 하였다. 한편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 시기에 연극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중세 말의 종교극, 도덕극의 범주를 넘어서 예술적 단계로 이전한 연극은 많은 극장(playhouse)들의 건설, 극단의 활동, 뛰어난 극작가의 배출 등 자체의 풍요로운 토양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셰익스피어라는 불세출의 극작가가 등장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드라마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