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이야기 두 번째 테마는 '사이버 유토피아'입니다.
"사이버 공간은 현대인이 기다려온 유토피아이고, 이태리의 철학자 캄파넬라(Tommaso Campanella)가 찾은 ‘태양의 나라’이며, 영국의 사상가 베이컨(Francis Bacon)의 ‘노바 아틀란티스’(Nova Atlantis)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세계는 유토피아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실재가 상실된 세계이다. 권력 이론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 알튀세(Louis Pierre Althusser)는 국가가 개인의 삶을 통제하는 방법에는 '억압적 구조'(repressive state apparatus)와 '이념적 구조'(ideological state apparatus)의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즉 경찰, 군대 등 공권력에 의한 물리적 통제와 교육, 종교, 대중매체 등에 의한 정신적 통제를 가리킨다. 이 두 가지에 대해 인간은 언제나 수동적이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집단 속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것들을 받아들인다. 현대인들이 선택한 사이버 세계는 대중 스스로가 만들어낸 이념적 구조이다. 그들 스스로 그것을 선택하고 수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필사적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남기고 싶어 한다. 버튼을 누르면 사라질 그것이지만 내일 또다시 버튼을 눌러 그것을 불러올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이제 인류의 문명은 사이버로 조종된 인간들에게 맡겨지게 될 것이다. 스스로에 의해 조작되고 훈련된 사이버 전사들. 그들은 사이버 세계는 미래의 세계라고 말한다. 과거의 사람들이 존재하지도 않는 이상향을 찾아 헤맸던 것과는 달리, 그들은 오늘의 과학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세계를 믿는다. 그러나 유전공학이 생물학을 신의 영역에 대한 침범의 단계로 이끌었던 것처럼, 사이버 전사들의 미래 세계는 인간의 상상력을 조종해 감히 엿보지 말아야 할 신성의 세계를 훼손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이버 공간이 그리는 미래의 세계를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돌아가야 한다. 이미 인간의 상상력은 그 한계를 넘었다. 인간이 성취해야 할 대상이 더 이상 없어서가 아니고 우리가 이미 이룬 것에 대한 과도한 자만심 때문이다. 사이버 세계에서 우린 아바타를 만들고, 사랑의 환상을 만들고 심지어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려 한다. 사이버 공간 속에서 인간은 신이 되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