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문학과 영화

포스트모더니즘 이론(2) : 구성주의 & 해체

by 최용훈

객관적인 진실이나 현실을 거부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구성주의(constructivism) 이론을 강력하게 옹호한다. 그것은 모든 것이 이념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반(反) 실재론적 주장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미디어가 우리의 정체성과 일상의 현실을 ‘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인식한다. 사실 포스트모더니즘은 정보통신 및 전자공학의 발달과 더불어 전개되었고, 그것에 의한 구질서의 혁신 속에서 발전하였던 것이다.


구성주의는 필연적으로 상대주의(relativism)를 초래한다.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의 사회적 환경과 관련하여 매 순간 구성되고 변형된다. 따라서 다면적이고 다양한 정체성, 다수의 진실과 도덕적 규범, 현실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불가피하게 모더니즘의 중점이 ‘주관성’(subjectivity)에 놓이도록 한다. 주관성 자체는 당연히 다면적이고 일시적이다. 주관성에 대한 강조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고 자연히 국부적이고 특정적인 경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즉 대서사가 아닌 소서사에 천착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형태의 포스트모더니즘은 사회-문화적 상황을 분석함에 있어 해체주의(Deconstructionism)의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근본적인 특성은 사회적, 개인적 현실과 경험을 부정하는 불신(disbelief)이다. 걸프전 즉 이라크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러하다면 전쟁에 의해 희생된 수백만 명의 상실과 고통 그리고 그들의 죽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은 문화라는 사회적 삶의 지속력에 대해 깊은 냉소를 품고 있다. 발밑의 모든 땅, 다시 말해 인류의 문명이 기초하고 있는 이념적 가정들을 완전히 제거해버림으로써 포스트모더니즘은 자본주의 세계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현대사회의 결핍과 불안정을 야기시킨다. 마지막으로 제3세계가 유럽 중심의 헤게모니에 반발해 스스로를 주장하기 시작할 때, 포스트모더니즘은 주변의 권력화는 단지 순간적이고 일시적일 뿐이며, 유럽이 제국의 권력을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한 것처럼 이전의 식민지들이 갖게 된 새로운 권력 역시 소멸 중이라는 경고를 발하고 있다. 이로써 포스트모더니즘은 질서, 이성, 진보를 믿는 모더니즘과 충돌하게 되었던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문학


문학에 있어 포스트모더니즘은 파편화, 해체, 조롱, 의심스러운 화자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모더니즘 문학에 함축된 계몽주의적 개념들에 대한 반발이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앞서 언급한 리오타르의 ‘메타 서사’, 데리다의 개념인 유희(遊戲, play), 보드리야르의 ‘모상’ 등에 의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혼돈의 세계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모더니즘의 추구로부터 벗어나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은 종종 조롱하듯 의미의 가능성을 회피하고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 소설들은 바로 이것에 대한 패러디이기도 하다. 총체적인 메커니즘과 자아 인식에 대한 불신으로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은 기교보다는 우연을 찬양하고, 작가의 ‘일치’(univocation)를 해치는 메타픽션(metafiction)을 사용한다. 혼성모방(pastiche)을 사용하고, 이전에는 문학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던 주제와 장르를 포함해 다수의 문화적 요소들을 결합시킴으로써 고급과 저급 문화를 구분하는 행위를 공격한다.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은 ‘부조리극’(Theatre of the Absurd), ‘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과 같은 전후 문학 발전을 포괄하는 용어인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은 베케트(Samuel Beckett), 로브 그리예(Robbe Grillet), 보르헤스(Borges), 마르케즈(Marquez), 나지브 마흐푸즈(Naguib Mahfouz), 안젤라 카터(Angela Carter) 등의 작품에서 표현된 것처럼 현실과 경험의 복잡한 본질, 인간의 인식에 대한 시간과 기억의 역할, 역사적 구성물로서의 자아와 세계 그리고 언어의 문제적 본질에 대한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은 1960년대와 70년대 조셉 헬러(Joseph Heller)의 ‘캐치-22’(Catch-22), 존 바스(John Barth)의 ‘미로에서 길을 잃고’(Lost in the Funhouse), 연초 도매상(Sot-Weed Factor), 토머스 핀천(Thomas Pynchon)의 ‘중력의 무지개’(Gravity’s Rainbow), ‘브이.’(V.), ‘제49호 품목의 경매’(Crying of Lot 49), 노먼 메일러(Norman Mailer)의 ‘밤의 군대들’(Armies of the Night), 트루먼 커포티(Truman Capote)의 ‘인 콜드 블러드’(In Cold Blood) 등의 작품들과 더불어 정점을 이루었다. 이 외에도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뉴로맨서’(Neoromancer), 커트 보니것(Kurt Vonnegut)의 ‘제5 도살장’(Slaughterhouse-5) 등 포스트모더니즘 과학소설들이 이 시기에 출간되었다. 혹자는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로 대표되는 새로운 사실주의의 등장으로 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죽음을 선언하기도 하였다. 1989년 미국 소설가 토머스 울프(Thomas Wolfe)는 자신의 글 ‘수십억 개의 발이 발린 야수를 쫓아’(Stalking the Billion-Footed Beast)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대체하는 사실주의 소설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어떤 이들은 돈 디릴로(Don DeLillo)의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 1985)와 살만 루슈디(Salman Rushdie)의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 1988)를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마지막 뛰어난 소설로 꼽고 있기도 하다.


포스트모더니즘 영화


포스트모더니즘 영화는 새로운 영화적 기법을 통해 새로운 개념들을 표현하였다. 관객의 ‘불신의 정지’(suspension of disbelief: 허구적 표현에 대한 불신을 정지함으로써 문학이나 영화 속의 내용을 현실로 인식하는 것)를 파괴하거나 조작하고, 기존의 서술적 구조나 성격 묘사를 뒤집음으로써 쉽게 인식할 수 없는 내적 논리를 표현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사건이 역순으로 진행되면서 두 여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제인 캠피언(Jane Campion) 감독의 ‘두 친구’(Two Friends)와 카렐 라이스(Karel Reisz) 감독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The French Lieutenant’s Woman)를 들 수 있다. 특히 라이스 감독의 작품은 스크린에 전개되는 이야기가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개인적인 삶 속에 반영되고 관객들 또한 그것을 알게 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보드리야르는 세르조 레오네(Sergio Leone) 감독의 1968년도 작품 ‘옛날 옛적 서부에서’(Once Upon a Time in the West)를 최초의 포스트모더니즘 영화로 꼽고 있다. 또 다른 작품들로는 마이클 윈터바텀(Michael Winterbottom) 감독의 ‘24시간 파티 피플’(24 Hour Party People),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감독의 ‘사티리콘’(Satyricon)과 ’아마코드‘(Amarcord),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의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ive), 퀜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의 ’펄프 픽션‘(Pulp Fiction) 등이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다소 왜곡되고 냉소적인 주장들에도 불구하고 그 이론은 20세기 후반의 사상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지적 탐구의 모든 영역에 대한 다양한 혁신을 이루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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