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 의심, 질투 그리고 파국
셰익스피어 : 오셀로
셰익스피어의 ‘오셀로’(Othello)는 부하의 계략에 빠져 아내 데스데모나(Desdemona)의 정숙함을 의심한 오셀로가 아내를 목 졸라 죽이는 질투와 의심의 연극이다. 승진에서 누락된 것에 앙심을 품은 이아고(Iago)는 오셀로 장군의 몰락을 계획한다. 인간의 가장 취약한 감정인 질투와 의심을 교묘한 방법으로 끌어 오르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는 먼저 거짓된 충성으로 오셀로의 신임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이아고는 상대를 속이는 일에 신중한 자세를 취한다.
“그를 따르는 것은 결국 날 위한 거라고… 내가 드러내 놓고 아첨하고 본심대로 행동하고 속을 드러내 보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심장을 소매 자락에 걸치고 다녀 새에 쪼여 먹힐 테니까. 겉으로 드러난 내 모습이 진짜 모습은 아니야.”
이아고의 계략 1단계는 이간질이었다. 그는 친구인 로드리고를 이용해 데스데모나의 아버지에게 접근해 딸이 외국에서 온 용병 오셀로와 사랑에 빠져 부부가 되었음을 알린다.
“따님께서는 떠돌이 외국인에게 의무와 아름다움과 지성과 운과 모든 것을 몽땅 다 맡겨버리고 만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은 데스데모나의 아버지는 격분하여 딸을 추궁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명료했다.
“어머니께서 외할아버지보다 아버님을 사모하시고 아버님을 섬기셨던 만큼, 감히 말씀드리면 저도 제 남편인 무어인, 이분께 제 의무를 다하겠어요.”
이 계략은 결국 아버지와 딸 사이에 의심이라는 균열을 만들게 된다.
계략의 2단계는 의심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었다. 이아고는 자신을 제치고 오셀로의 부관으로 승진한 카시오(Casio)와 데스데모나의 관계에 대한 추문을 은근히 퍼뜨린다. 그녀가 남편의 뜻에 따라 그의 충실한 부하였던 카시오에게 친절히 대했던 것을 이용했던 것이다. 이아고는 오셀로가 군막을 비운 틈을 타 카시오에게 술을 먹이고 실수를 저지르게 한다. 오셀로는 그 죄를 물어 그를 부관의 자리에서 내쫓으려 한다. 이때 이아고는 카시오에게 데스데모나를 통해 오셀로 장군의 용서를 청하도록 권한다. 아내의 부정에 대한 소문에 귀 기울이지 않던 오셀로는 아내가 카시오를 위해 간절히 탄원하자 마음속에 의심의 싹을 키운다. 그런 오셀로의 귀에 이아고는 이렇게 속삭인다.
“부인을 조심하셔야죠. 카시오와의 사이 말입니다. 의심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안심하는 것도 아닌 그런 눈으로 잘 살펴보시지요... 그렇게 속 다르고 겉 다르게 꾸며서 아버지의 눈도 캄캄하게 멀게 하고는 마술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부인이십니다.”
3단계는 오셀로의 열등감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오셀로는 무어 출신의 용병이었고 흑인이었다. 그런 그가 백인 귀족의 아름다운 딸을 아내로 맞이했던 것이었다. 겉으로 드러낸 적은 없으나 일단 계기가 생기자 그의 마음속에서 숨어있던 열등감이 솟아올랐다. 그는 아내의 부정함을 기정 사실화하며 이렇게 탄식한다.
“내가 흑인이어서, 사교계의 멋쟁이들처럼 대화도 매끄럽지 못해서, 아니면 이제 나이 들어 쇠잔해져서 -하지만 내 나이도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그래서 그녀가 날 버린 건가. 난 속고 있었어. 이제 나의 위안은 그녀를 증오하는 것뿐. 오 저주받을 이 결혼, 아름다운 그녀를 내 것이라 생각했건만 결국은 남들의 욕심이나 채우는 것이란 말인가.”
마지막 4단계의 계략은 증거를 조작해 오셀로의 의심을 확고하게 하는 것. 이아고는 오셀로가 아내에게 선물했던 손수건을 훔쳐내어 그것을 카시오의 정부에게 주어 오셀로로 하여금 데스데모나가 자신의 소중한 사랑의 표식을 카시오에게 넘겨주었다고 믿게 했던 것이다.
결국 계략에 넘어간 의심의 끝은 파국이었다. 오셀로는 잠들어 있는 아내의 목을 조르기 전 이렇게 말한다.
“한번 따버리면 이 장미는 다시는 생기를 되찾지 못하고 그대로 시들어버리겠지. 나무에 달려있을 때 향기를 맡자. … 죽여 놓고 사랑하겠다… 사랑하기에 벌을 주는 것이다”
결국 데스데모나의 시녀이자 이아고의 아내에 의해 그녀의 결백함이 밝혀지자 오셀로는 절규한다.
“오델로는 어디로 갈 것인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나? … 악마들이여 모진 바람 속에 나를 휘몰아 다오. 유황불로 태워다오. 저 짙은 불바다 속에 던져다오. 아, 데스데모나, 데스데모나, 당신은 죽었구려. 아, 아, 아!”
의심은 영혼을 파괴한다.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의심의 불이 지펴지면 우리의 정신은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도 모른 채 이아고와 오셀로가 된 어리석은 그림자들이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 당신의 그림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의심하는 것도, 남으로 하여금 의심하게 하는 것도 결국은 파국을 초래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