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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무하 Nov 16. 2024

다시 사람들 곁으로...

쇼펜하우어의 생각

얼마 전 쇼펜하우어의 책 몇 권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한 권 구입했다.

쇼펜하우어 소품집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였다.


퇴직하기 몇 년 전부터 그리고 퇴직한 이후에도 줄곧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얼마나 유지하고 지내야 하는지가 나에겐 제일 큰 관심사였기에


책 제목이 눈에 번쩍 띄었다.


인간은 다른 이들의 영향을 받으며 평생을 살아간다.

다른 이들 때문에 행복하고, 또 다른 이들 때문에 불행해진다.

그렇다면 남에게 영향을 받지도 않고,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는지 알고 싶어 책을 정독했다.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나온 인생의 자산 세 가지를 빌려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의 운명의 차이를 만드는 기본 규정을 제시한다.


첫째, 개인의 본질 - 넓은 의미에서의 인격

두 번째, 개인의 소유물 - 재산이나 소유물

세 번째, 개인의 외면 - 타인이 보는 나의 모습. 명예, 지위, 평판 등


모두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첫 번째 개인의 인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다른 사람이 겪은 흥미로운 사건을 질투한다. 하지만 이 경우 오히려 자신이 경험한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재미있게 묘사할 줄 아는 타인의 이해력을 탐내야 한다. 재치 있는 사람은 똑같은 사건이라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지만, 평범한 두뇌를 소유한 자는 고리타분한 일상의 한 단면으로만 생각한다.
괴테와 바이런이 지은 여러 편의 시가 바로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을 주제로 쓰인 사실만 봐도 그렇다.
우매한 독자는 시인이 겪은 매력적인 순간이 부러울 뿐, 완전히 평범한 사건을 위대하고 아름다운 순간으로 그려낸 시인의 대단한 상상력은 부러워하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침울한 자는 어떤 사건을 두고 슬픈 장면으로 기억하고, 쾌활한 자는 흥미로운 논쟁거리로 생각하며, 무기력한 자는 그저 무의미하게 스쳐가 버린다.



정신력이 뛰어난 사람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명한 사람은 온전히 홀로 있을 때에도 자신만의 생각과 상상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아둔한 자는 매일 유흥거리를 즐겨도 고통스러운 권태로움을 피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쇼펜하우어의 대부분의 생각에 나는 동의한다.


문제는 내가 총명하거나 정신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무기력하고 아둔한 자라는 것이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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