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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무하 Jun 16. 2024

잊혀진다는 것

기억되고 싶은 욕망

'호메로스'의 글을 보면

 옛 영웅들이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지켰던 것이

'명예'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일리아스'에서

헥토르가 아킬레우스와의 전투에서 죽음을 직면하며


"적어도 나는 명예롭게 싸우며 죽게 해 달라.

그리고 모든 시간 동안 칭찬받을 위대한 일을 하게 해 달라."

라고 외친다.


'명예'에 대한 나의 해석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이다.


옛사람들에게는

명예롭게 죽어 오랫동안 영웅으로 기억되는 것

'비굴한 '보다 훨씬 더 소중했다.




얼마 전 재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를 다시 보았다.


이 영화를 떠올리면

어린 리구엘이 부르는 주제곡

'Remember me'

가 제일 먼저 생각날 것이다.


영화 내내 '리멤버 미'가 흘러나온다.


죽은 이들도

누군가 자신을 기억해 준다면

망자의 땅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멕시코인들은

망자의 날(Día de Muertos)을 만들어 망자들을 기억해 준다.


아무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는 망자는

망자의 땅에서 조차 사라져 버린다.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제는 '기억'인듯하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에도 누군가를 기억하고, 또 잊는다.


내가 만났던 모든 이들로부터 나는 서서히 잊히고,

그들도 나에게서 잊혀진다.


나는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지 않다.

(헥토르처럼 칭찬받을 일 없고...)


잊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냥 흔적 없이 사라져 가고 싶다.


카프카법정처럼

자신이 남긴 글마저 모두 사라져 버리기를 원했던 마음을 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무의식 속에는

누군가 나를 기억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 인간이란...


'잊혀진다'는 '맞춤법 검사'에서 '잊힌다'로 바뀐다.

'잊혀진다'는 이중 피동이란다.

하지만 '이중 피동'이라는 말이 맘에  든다.

'잊혀지는 것'은 이중, 삼중 피동이어도 상관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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