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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무하 Jul 17. 2024

드라마에서 배운다

나의 해방일지

참회할 일이 하나 있다.


난 드라마를 업신여겼다.

드라마를 몰입해서 보고,

드라마 얘기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을 한심하게 여겼다.


나의 어리석음을

깊이 반성한다.


지금 난 드라마를 좋아한다.

좁디좁은 우물 속에서 벽만 보고 사는 나에게

드라마는 우물 밖 세상을 알려주는 유일한 도구가 되었다.


박해영 작가의 '나의 해방일지'는 나의 원탑이다.


구 씨와 함께 밤길을 걸을 때 나오는

염미정의 독백은 작가를 추앙하게 만든다.


인간은 쓸쓸할 때가 제일 제정신 같아.

그래서 밤이 더 제정신 같아

어려서 교회 다닐 때
 
기도제목 적어내는 게 있었는데

애들이 쓴 거 보고

'이런 걸 왜 기도하지?'

'성적' '원하는 학교' '교우관계'

고작 이런 걸 기도한다고?

신한테?

신인데?

난 궁금한 건 하나밖에 없었어.

"나 뭐예요?"

"나 여기 왜 있어요?"

91년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고

50년 후면 존재하지 않을 건데

이전에도 존재했고,
 
이후에도 존재할 것 같은 느낌

내가 영원할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에 시달리면서도

마음이 어디 한 군데도

한 번도

안착한 적이 없어

이불속에서도 불안하고

사람들 속에서도 불안하고

난 왜 딴 애들처럼 해맑지 못할까?

난 왜 늘 슬플까?

왜 늘 가슴이 뛸까?

왜 다 재미없을까?

인간은 다 허수아비 같아

자기가 진짜 뭔지 모르면서

그냥 연기하며 사는 허수아비

어떻게 보면

건강하게 잘 산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모든 질문을
 
잠재워 두기로 합의한 사람들일 수도

'인생은 이런 거야'라고

어떤 거짓말에 합의한 사람들

난 합의 안 해

죽어서 가는 천국 따윈 필요 없어.

살아서 천국을 볼 거야


브러치 스토리에서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나는 또 '염미정'의 독백이 생각났다.


세상에는 또 다른 '염미정'이 넘쳐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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