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1 기아 K5 프로그램 참여 후기
10월 21일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태안에 있는 현대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로 향했다.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Level1, 차종은 기아 K5인데 예약이 정말 어려웠다.
같이 간 회사 동기는 제네시스 레벨1 예약에 성공했었고, 나는 아무리 기다려도 레벨1 빈자리가 나오지 않아서 아이오닉5를 체험하는 EV 프로그램을 예약했었는데, 딱 체험 하루 전날 K5 한자리가 풀린 것이다. EV 취소 수수료가 50% 였지만, 수수료를 물고 레벨1을 예약했다. 레벨1을 해야 레벨2,3 및 드리프트 등 그다음 단계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은 현대 드라이빙 센터의 마케팅적 요소가 궁금했던 게 컸다. 공간 구성, 굿즈, 콘텐츠 등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운영하는 시설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굿즈를 하나 꼭 사서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갔는데, 굿즈샵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제품도 내가 살만한 게 없어서 결국 사진 않았다. 내 차가 스포티지인데, 만약 스포티지 마크가 있는 키링이나 목베개, 방향제가 있었으면 샀을 것 같다.
건물 내부 입구 쪽에 있는 데스크에서 접수를 하고 명찰과 생수, 마스크, 마스크 줄을 받았다.
1층에는 현대, 기아차가 전시되어 있고, 시뮬레이터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거 봤는데 4D 영화 볼 때처럼 의자가 요동치는 것을 보니 굉장히 재밌어 보였다. 2층에는 카페도 있고, 굿즈샵도 있다.
강의실(1층)에서 이론교육을 시작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강사님이 여자분이셨는데 카레이서라고 하셨다. 카레이서를 실제로 본 게 처음이라서 뭔가 신기했다. K5의 제원과 올바른 운전 자세 및 시트 포지션 등 PPT 자료를 활용한 간단한 이론 교육 후에, 운전을 하러 갔다. 수강생은 4명이었고, 나는 3번이라고 적힌 흰색 K5를 타게 되었다.
차를 탄 순간 나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1도 모르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무슨 운전면허 시험 볼 때처럼 강사님이 동승하시고, 속도도 장내주행하는 것처럼 천천히 다닐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차는 나 혼자 타는 것이고, 강사님은 무전기로 안내를 해주시며, 속도는 실전이었다.
맨 처음 슬라럼을 하는데, 시속 40km~50km로 달리는데 체감은 휙휙휙휙 전환이 굉장히 빨랐다. 강사님이 몇 킬로로 달립니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는데 나는 그 속도를 맞추려고 계기판을 먼저 보고 속도를 맞춘 후 도로를 보다 보니까 시선처리가 잘 안 됐다. 그래서 그런지 시선처리 평가 점수가 많이 낮았다. 프로그램 후반부에 강사님이 속도는 느리면 높이라고 안내하고, 빠르면 줄이라고 안내할 테니까 계기판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슬라럼을 하면서 나의 운전자세를 고치게 되었다. 처음에 강사님이 내가 한 손 운전했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것을 어떻게 보셨는지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두 손 운전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평소에 내가 왼쪽 다리를 발판에 두기도 하고, 바닥에 두기도 하고, 가끔 의자? 에 두기도 하는데, 발판에 두는 게 몸이 가장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만들어 주는 안전한 자세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강사님이 내가 몸이 많이 흔들린다고 하셨는데, 바닥에 뒀던 왼쪽 발을 발판에 두니 몸이 덜 흔들렸다.
슬라럼 다음이 긴급 회피였는데 이게 가장 가슴이 굉장히 두근두근 거리고 정말 떨렸고 슬라럼보다 어려웠다. 직진해서 가다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휙 튼다음 직진해서 가는 건데, 슬라럼은 장애물만 피해서 가면 되는데, 긴급회피는 양쪽으로 러버콘이 있어서 내가 방향을 틀 수 있는 각도가 슬라럼보다 제한적이었다.
그래도 나름 6년의 운전 경력이 있으며, 고속도로에서 폭우와 폭설 그리고 급브레이크를 경험해본 적도 있고, 눈길에서 차 미끄러져서 중앙선 넘을뻔하고 인도 넘어갈뻔한 거 바로 잡은 적이 있기 때문에, '그래!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어느 순간부터 즐기게 되었다,
급제동할 때는 처음에는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잘 몰라서 그냥 가다가 브레이크 밟았더니 정말 이상한데 멈추고 브레이크도 나눠서 밟았더니, 강사님이 러버콘을 발로 밟으시면서 브레이크 이 정도로 세게 밟으셔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하면서 이해하게 된 것은, 차가 들어와야 할 구역이 있는데 거기에 딱 맞게 멈추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거기에서 멈추려면 내가 어디쯤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거기안에 맞게 멈추겠다 라는 것을 계산하고 브레이킹 포인트를 내가 잡아야 한다.
수막현상 체험은 평소에 운전하면서도 종종 접했기 때문에 감흥은 쏘쏘했다. 고속도로에서 폭우 쏟아지면 수막현상보다 시야 가려지는게 진짜 공포다. 앞이 진심 1도 안 보인다. 나는 그럴 때 비상 깜빡이 켜고 2차로에서 천천히 달린다. 차 버리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생기는 순간이다. 고속도로에서 폭우 쏟아졌을 때도 진짜 공포였는데, 목적지에 도착하니 자동차 번호판에 눈이 쌓여서 번호판을 다 가릴 정도였다. 비 내릴 때, 눈 내릴 때는 정말 운전 안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는 서킷 돌러 갔다. 서킷에서는 전기차인 EV6를 운전해볼 기회를 2명씩 돌아가면서 주셨다. 나는 먼저 K5로 서킷을 탔는데, 강사님 바로 뒤를 따라가게 되었다. 그런데 강사님 가는 길을 거의 강사님 차 뒤에 숨는 정도로 따라가야 하는데, 나 좀 가끔 삐져나오도록 운전했던 것 같다. 거리는 좀 짧았는데, 강사님이 풀 액셀!이라고 하실 때는 풀 액셀을 신나게 밟으며 혼자 즐거워했다. 코너 돌 때 뭔가 짜릿하고 재밌었다.
이제 내가 EV6를 탈 차례가 되어 차를 바꿔 타는데, K5 타이어에서 타는 냄새가 올라왔다. 그 냄새를 맡은 나의 질주 욕망도 함께 타올랐다. 그런데 EV6는 K5랑 주행감이 정말 달랐다. 차가 일단 엄청 잘 나갔다. K5로는 풀 액셀 밟으면서 달렸는데, EV6는 풀 액셀 밟기도 전에 이미 앞차와 거리가 가까워져 있었다. 그래서 EV6로는 풀 액셀을 한 번도 밟지 못했다. K5와 다르게 EV6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어서 속도가 앞유리에 비쳤는데 100km 좀 넘는 속도였다.
그리고... 코너에서 오버스티어가 났다. 와 핸들 좌로 틀었는데, 갑자기 차가 더 도는 것이다. 그 순간 '아 차 다른 데로 가겠다, 사고 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손은 이미 차가 도는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고 있었다. 본능이 참 신기한 것 같다. 머리로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몸은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차가 오른쪽으로 갔는데 이번엔 또 오른쪽으로 너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내 자신이 차가 도는 정도를 느끼며 카운터 스티어를 조절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다행히 차가 다시 중심을 잡아서 라인에 합류해 주행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강사님께서는 나의 상황을 바로 캐치하셨고, 일단 다 같이 주차장으로 가게 되었다. 강사님께서 내 차로 오셔서 무슨 문제 있었는지 확인하시고, EV6는 후륜이고 핸들 꺾으면서 동시에 가속하면 이럴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서킷을 2바퀴 정도 더 탔는데, 이번에는 가속을 조절하면서 운전을 안전하게 마쳤다. 주행 끝나고 나서 강사님께서 자동차 기능이 보조를 해줘서 차가 정말 돌지 않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주행을 마치고 이론교육을 받았던 교육장으로 돌아와 Q&A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기념품으로 사탕이랑 캠핑 테이블, 스티커를 받았다.
꽤 재밌는 경험이었다. 다음에 레벨2를 들으러 또 가야겠다. 다음날에 나의 평가 점수가 홈페이지에 떴는데, 우리 반의 평균 점수를 넘지 못하는 처참한 결과였다. 다음에는 높은 점수를 받아보고 싶다. 그리고 강사님이 알고 보니 무한도전, 더벙커 등 TV에 나오셨던 분이었다.
마무리를 해보자면, 나는 바른 운전자세를 배운 것만으로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사실 알지만 평소에 별생각 없이 편한 자세로 다니고 실천을 안 했던 건데, 뭔가 카레이서 분께 배우고 나니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는 위험 상황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자세로 운전을 해야겠다.
PS. 마침 태안 대하 축제 기간이길래 저녁은 대하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