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에 프랑스로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다.
나는 시차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서, 시차가 많이 나는 나라에 다녀오면 매우 지쳐있다.
출장 일정을 마치고 대한항공 비행기에 올라탔다. 갈 때 올 때 다 만석이었던 것 같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혹시 좌석이 업그레이드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진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무튼, 5일의 일정 동안 프랑스스러운 음식을 계속 먹었던 터라,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기내식은 무조건 비빔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자마자 졸음이 쏟아져서 바로 잠이 들었다. 하지만 기내식 먹을 때 되면 귀신같이 일어나게 된다.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데, 기내식 카트가 등장했다. 내 자리는 그 구역의 맨 뒷자리로, 카트가 나에게 도착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카트가 음식 냄새를 폴폴 풍기며 등장하면, 바로 테이블을 펼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기다리게 된다.)
언뜻 보니 메뉴는 비빔밥 or 닭고기이다. 난 당연히 비빔밥이지!라고 생각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카트를 기다린다. 오 내 앞까지 카트가 왔다. 그런데 승무원 분이 비빔밥을 하나 떨어뜨리셨다. 아이고 아까운 비빔밥...이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비빔밥이요! 를 외쳤다. 그런데 이런! 비빔밥이 다 떨어졌다고 한다! 내 옆에는 노부부가 앉으셨는데, 그 두분도 비빔밥을 주문했지만 한 개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서, 한분은 비빔밥을 받고 한분은 닭고기를 받으셨다. 그런데 그 구역에서 마지막으로 메뉴를 고르게 된 나한테는 선택권이 없이 닭고기 밖에 없다는 것이다!(청천벽력) 닭고기는 먹기 싫었던 나는, 그럼 밥 말고 컵라면 주세요!라고 외쳤는데, 컵라면도 다 떨어졌다는 것이다!(기절초풍) 그래서 나는 컵라면이 벌써 다 떨어졌다고요?라고 물어보자 그렇다고 한다.
승무원분께서 고추장을 드릴 테니 닭고기에 비벼서 드시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셨다.
(사실 비빔밥 하나를 떨어뜨린 승무원 분이 그걸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내가 비빔밥을 먹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긴 했다.)
시차 적응 실패로 배고픔보다 졸음이 쏟아지는 게 더 컸던 나는, 그럼 전 안 먹을게요!라고 말씀드리고 바로 다시 잠이 들었다.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일어나니, 승무원분들 중에서는 나이대가 있으신 분이 나에게 오셔서, 비빔밥 지금 드릴 수 있는데 드시겠어요?라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나는 네!라고 대답하고 비빔밥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평소 이코노미에서 나오던 기내식에 디저트류를 이것저것 더 추가로 먹으라고 주셨다.
그리고 여자 승무원분, 남자 승무원분이 계속 번갈아 오시면서 더 필요하신 거 있으시냐, 음식 괜찮으시냐 몇 번이고 물어보셨다.
나는 더 필요한 거 없다. 그리고 배가 불러서 다 못 먹고 남겼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비빔밥을 먹고 있을 때 두 번째 기내식이 나왔고, 난 자연스레 두 번째 기내식은 스킵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너무 졸려서 잠을 자고 싶었기 때문에 비빔밥과 컵라면을 먹지 못한 것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비행기 탑승 전에 뭘 먹고 타서 배도 별로 고프지 않았다. 그런데 승무원분들께서 계속 번갈아가며 내 자리로 오셔서 앉아있는 내 눈높이까지 맞추시고 나를 체크? 하셔서 정말 감사한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나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칭찬의 글?을 쓰고 싶을 정도로 엄청 친절하셔서 그때 당시 비행기에서는 써야겠다! 고 생각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니 승무원분의 이름을 모르겠고 뭐 그래서 흐지부지 시간이 흘러버렸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내가 비행기를 탄 시점에서 얼마 전에 대한항공 카레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승객이 카레를 주문했는데 밥만 나오고 카레가 안 나왔고, 그 승객이 VOC 써서 승무원분이 징계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VOC 쓸까 봐 그러셨는지 원래 그러시는지 모르겠지만, 무튼 과분한 친절을 받았던 경험이었다.
나는 이런저런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보고, 손님의 컴플레인도 많이 받아보고 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입장을 알기 때문에 VOC 쓸 생각은 정말 1도 0.1도 없었다.(그리고 물론 그때의 상황은 컴플레인을 걸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나에게 친절함을 베풀어주신 승무원분들께 감사할 따름이었다.
#번외
나는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도 마음껏 볼 수 있고, 맛있는 기내식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비행기를 타면 몸이 너무 힘들어한다. 너무 건조해서 코로 숨도 잘 못 쉬고, (이럴 땐 휴지에 물을 묻혀서 코에 대고 있는데, 그럼 조금 낫다.) 귀도 너무 아프고, 다리는 퉁퉁 부어 코끼리 다리가 된다. 그래도 비행기 타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살면서 한 번은 장거리 비즈니스석을 타봐야지!(국내선은 한번 타봤는데, 국제선은 한 번도 안 타봤다.)라는 로망을 가지고, 유튜브로 비즈니스석 간접 체험을 많이 했다.
비즈니스석을 타면 난 구아바 음료를 마실 것이다.(이코노미도 준다고 하는데, 나중에 타면 한번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그 장거리 비즈니스석 탑승자에게 제공하는 어메니티가 그렇게 갖고 싶다. 그리고 비즈니스석 기내식이 그렇게 먹고 싶다. 난 꼭 간식으로 쿠키와 우유를 먹을 것이다.
코로나 터지기 약 일 년 전에 모닝캄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모닝캄 혜택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몇 년이 흘러 버렸다. 모닝캄이 된 후에 중국 갈 때 스카이팀 항공기를 탄 적이 있는데, 길고 긴 이코노미 발권 줄에서 다 기다린 후 내 차례가 되어서 발권하니, 모닝캄이면 비즈니스 발권하는 줄에서 발권해도 된다고 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때 내가 공항에 늦게 도착해서 친구들은 이미 발권 다 하고 면세점 쇼핑하고 있었는데, 내가 이걸 빨리 알았다면 후딱 발권하고 친구들이랑 함께 돌아다닐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닝캄이 된 후 러시아 갈 때 댄항공을 탔었는데, 그때 나에게 마티나라운지를 무료로 갈 수 있는 체크카드가 있어서, 댄항공 라운지는 가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까지 댄항공 라운지를 가본 적이 없다.
그래도 댄항공에서 코로나 기간 동안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여 모닝캄 기간을 늘려줘서, 아직 나에겐 댄항공 라운지를 무료로 갈 수 있는 쿠폰이 남아있다.
언젠가 댄항공 라운지를 가고, 댄항공 비즈니스를 탈 생각을 하니 매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