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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켈리 Jul 20. 2024

[ep.20] 아르주아에서 오 페드로우소(1)

(2024/5/6) 유유자적하는 순례자

순례길 여정의 넷째날 아침이 밝았다.


나는 원래 모닝콜 알람 없이도

일어날 때 되면 일어나는 편이다.

그래서 회사 출근하는 평일에도

알람을 잘 안 맞춰놓고 잔다.


여기 와서도 6시 좀 넘으면

눈이 떠져셔 일어났다.


나는 원래 평소에는 눈 뜨면

핸드폰을 조금 보다가 일어났는데

여기에서는 눈 뜨면 바로 일어났다.

매일매일 갈길이 멀기 때문에

빨리 준비하고 출발해야해서

핸드폰 보면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여기와서 핸드폰이 잘 안터지기도 하고

디지털 디톡스 제대로 하고 있다.


오늘도 동키를 이용할 예정이라

몸과 마음이 가벼운 아침이다.

알베르게 로비 현관문 앞쪽에

배낭을 가지런히 놓아두고

길을 나섰다.





순례길을 배낭없이 걷는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는 찐 순례자들이 있다.

내 체감상 배낭을 메고 걷는 것과

메지 않고 걷는 것의 힘듦 정도는

약 3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배낭을 메고선

내 발이 버티지를 못한다.

어찌됐건 나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사람마다 자신의 페이스가 있다.

안단테 안단테. 나는 내 페이스에 맞춰서

천천히 천천히 나아갈 것이다.


오늘은 다른 날 과 다르게

알베르게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을 해보려고 한다.

난 즉흥적인 P성향이 있는 사람이라

숙소를 나섰는데 식당 하나가 보이길래

'오늘은 아침밥을 먹고 가볼까~?' 하고

바로 들어갔다.



느낌있게 오믈렛과 카페 콘레체를 주문했는데

무슨 달걀후라이가 나왔다.

여기는 식당 가는 곳마다 콜라카오?라는

코코아?가 보인다.

이곳 사람들이 많이 마시나 보다.


밥을 든든히 먹었으니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나는 이 여정동안의 삶이

단순하고 단조로워서 좋다.

다른건 다 차치하고 그냥 걸으면 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먹으며 쉰다.

나는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열심히 걷다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바르가 나오자 냉큼 들어갔다.


어디 블로그에서 꿀요거트를

먹어야한다고 봐서 요거트를 시키고

1일 1착즙쥬스 실천을 위해

프레시한 오렌지 착즙쥬스를 시켰다.

역시나 달달하니 맛있다.

이 바르 앞에는 '지혜의 벽'?이 있는데

어떤 문구가 적힌 종이가

쭉 나열되어 있다.

사람들이 다 여기에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길래 나도 한번 찍어봤다.


나도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지혜로운 사람은

현명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에...



해뜨니까 진짜 걸을맛 난다.

푸른 하늘과 파릇파릇한 나무와 풀이

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날씨가 맑은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오늘 만난 파란 다리에는

2022 유라시아 횡단 라이딩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한국어를 본 반가움에

냉큼 사진을 찍어 본다.

2022년도 그 코로나 시국에도

이렇게 라이딩을 한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면서

나는 도대체 그 시간을 왜

흘려보내며 지냈을까

후회도 해본다.


다음 이야기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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