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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켈리 Jul 28. 2024

[ep.21] 아르주아에서 오 페드로우소(2)

(2024/5/6) 먹는 재미, 걷는 재미, 쉬는 재미

나는 1시간 30분 정도 걷고 나면

발에 무리가 오는게 느껴졌다.

그래서 1시간 30분 ~ 2시간 마다

쉬어가기로 했다.


반가운 쉼터 바르가 나타났다.

나는 들어가서 외쳤다.

"우나 샹그리아!"


순례길에서 마시는

샹그리아와 착즙 오렌지주스는

나를 걷게하는 원동력이자 연료이다.


걷다가 어제 같이 저녁을 먹은

테헤를 마주쳤다. 굉장히 반가웠다.

테헤는 오늘 배낭을 동키로 보내고

어제 새로 장만한 미니 가방을 메고

행복한 얼굴로 걸어다니고 있었다.


산길을 걷다가 마을길을 걷다가 하니

걷는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활짝 핀 꽃도 너무 예쁘고

풀을 뜯어 먹는 양도 나타나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오늘은 비가 안오지만

그동안 내린 비로

산길은 아직도 진흙길이다.


갑자기 어디선가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보니까 CANTINA MARELA라는 식당인데

야외 테라스 자리가 만석이다.



여기에서 뭐 좀 먹고 갈까? 하다가

아직 배가 많이 고프지 않고,

사람들도 너무 많아 보여서

약간 소심한 성격인 나는

많은 사람들 무리에 들어가기가

부담스러워서 여기를 패스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는 꼭 갔어야했다!

나중에 여기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순례길의 맛집이라고 한다.

구글 평점이 4.8점인데

야채파스타가 프레쉬하고 맛있다며

어떤 사람들은 이 식당에서 먹은 음식을

순례길에서 먹은 음식 중 베스트라고 한다.


나는 이곳에 가지 않은 것을 매우 후회했다.

파스타를 좋아해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맛집을

그냥 지나쳤다는게 너무 후회스러웠다.

순례길을 다시 와야할 이유가 생겼다ㅎㅎ


식당을 지나치고 걸어가다가

벤치가 나오길래 냉큼 앉았다.

발을 신발에서 구출해주고

세월아 네월아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또 조금 걷다가

바르가 나오길래 냉큼 들어가서

라자냐와 맥주를 시켰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다시 열심히 걸어서

오늘의 숙소 도착!


알베르게 주인이 날 보고 @#Jeong?

이러길래 Yes! 했는데,

숙박비를 결제하라고 한다.

나는 "이미 결제 했는데?"라며

결제 내역을 보여주고

예약자 명단을 직접 확인해보니

나와 비슷한 이름의 다른 한국인이

예약자 명단에 있었다.

알베르게 주인이 내 여권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다른 사람과 착각한 것이다.

잠시 당황했던 나는

예약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은 후

안도감을 느꼈다.


오늘 묵을 알베르게는

Albergue Espiritu Xacobeo로

부킹닷컴에서 15유로에 예약했다.

시설이 깨끗하고 괜찮다.


오늘도 역시 내 배낭은

무사히 알베르게에 도착해 있었다.


좀 웃긴게,

여기 숙소에 들어오니

어제 같이 저녁을 먹고

순례길에서 가장 많이 마주친

테헤가 알베르게 주인에게

샤워실에 찬물 안나오냐고

물어보고 있었다.


아까 테헤 마주쳤을 때

오 페드로우소에 묵는다고 해서

나랑 다른 숙소인 줄 알았는데,

(이 숙소는 오 페드로우소와

 아주 조금 떨어져 있다.)

숙소 들어오자마자 마주친 것이다.


테헤가 오늘 저녁도

어제 멤버들과 같이 먹자고 했는데

나는 피곤해서 생각해본다고만 했다.



이 숙소는 시골 느낌이 나는 곳에

덩그러니 있어서, 슈퍼나 식당과

살짝 거리가 있다.

그래서 배달을 시켜먹을 수 있는

전단지가 알베르게 벽에 붙어 있고,

숙소 주인분이 "슈퍼 갈사람~!?"

이렇게 한명 한명 물어보고

슈퍼 가고 싶은 사람들은

차에 태워서 데려다줬다.


나도 차를 타고 Dia에 가서

감자칩과 물집에 붙일

밴드를 사왔다.


알베르게 주인이

차를 타고 Dia에 가는길 중간에

산길로 가는 표지석을 가리키며

내일 오 페드로우소로 가지 말고

저쪽으로 가라고 알려줬다.

오 페드로우소는 만들어진

마을이라며, 거기까지 가면

길을 돌아가는 거라고 했다.


다시 숙소에 돌아온 나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저녁도 못먹고

잠에 곯아떨어졌다...ZZZ


To be continued


오늘은 좀 덜 걸었네(산티아고 순례자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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