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인 Nov 01. 2020

너의 행동이 들리기 시작했어

안경의 존재

나는 어렸을 적부터 글씨가 겹쳐 보이는 난시가 있었다. 난시는 아버지로부터 유전이 된 난시로 멀리서 글자를 볼 때면 겹쳐 보이거나 상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시력까지 좋지 않다 보니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안경을 쓰게 되었다.

사실 100미터 앞에 아는 사람이 있어도 얼굴에 있는 이목구비가 잘 보이지 않아 몰라서 지나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참 당황스럽다. 그래서 미리 주변인들에게 나는 눈이 나쁘다고, 길 가다가 못 알아볼 수도 있다고 말을 해놓는 편이다.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쓰는 날이던, 쓰지 않는 날이던 학생 때는 수업을 받을 때 거의 앞에 앉는 편이었고

그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져 어딜 가더라도 앞에 앉는 버릇이 생겼다.

글씨를 잘 알아보지 못할 때는 답답한 면이 있지만, 안경을 쓰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불편함이라 평상시에는 잘 쓰고 다니지 않는다.


안경을 쓰지 않고 어딘가를 가거나 , 직장에 가면 모든 것이 깨끗해 보이고 먼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

집에서 집안일을 할 때도 욕실에 들어가더라도 물 때 같은 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안경을 끼고 거실 청소를 하는 도중에 잠깐 욕실에 들어가서 걸레를 빨 때쯤이면 보이지 않았던 물 때와 먼지들이 너무나 잘 보였다. 그럴 때면 나는 기겁을 하고 욕실 청소를 했다.

보이지 않을 때는 마음이 편했는데, 오히려 잘 보이니 마음이 불편하고 내가 앉는 곳, 씻는 곳, 먹는 곳, 가는 곳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먼지에 대한 강박증이 있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얼른 청소해야지라는 마음부터 생겼다.


그렇게 안경이란 존재는 나의 눈을 잘 보이게 하면서도 날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문득 생각했다. 이 안경이란 존재가 사물의 일종이지만 나에게서 있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가치관이 있고, 고정관념이 있는데 이러한 고정관념이 없다면 다른 사람들과 의견 다툼이 없고 세대차이가 없지만, 고정관념과 가치관이 있음으로 해서 누군가가 나를 부정할 때

내 의견과 다른 누군가를 보았을 때 느끼는 불편함이 마치 안경으로 보는 세상과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이 존중받기를 원하면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내 밑에 있는 사람처럼 내려볼 때가 있다. 가끔 우리는 세상을 우리 멋대로 판단하기도 한다.

그 예로 카페나 마켓에 가더라도 일하는 직원에게 따뜻하게 인사를 하는 사람을 나는 많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카페에 가서는 앞에 사람이 빨리 주문을 하기를 원하고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며 , 내 음료와 베이커리가 얼른 나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직원이 말을 길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까지 가진다.

그리고 큰 대형마켓에 갈 때는 앞에서 계산하는 사람이 계산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 캐셔가 행동이 느리다며

마음속에 짜증을 낸다. 그리고 캐셔의 물어보는 질문에 "아니요 됐어요"라고 짤막하게 말한다.

그리고 정작 자기 자신은 어느 곳에 가서 자신을 불친절하게 대하는 직원이 있으면 마음속에 응어리가 생긴다. 본인의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안경을 쓰고 다른 누군가를 판단하고 있었다. 직업이나 나와는 생각이 다른 누군가를  불만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제는 내 안의 안경을 벗어던질 시기이다. 마음속에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 가치관은 다른 누군가를 대할 때는 변화해야 하며, 나의 뜻대로 남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나 또한 , 나의 안경으로 날 바라보며 남보다 못하다고 , 내 삶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만두어야 한다.

마음속에 쓴 안경으로 남을 판단하는 일도, 나를 자책하는 일도 그만 해야 된다고 느낀다.

안경을 쓰지 않고 세상을 바라볼 때는 티클 하나 없이 깨끗한 세상이다. 하지만 내가 마음속 안경을 쓰게 되면

세상은 오염으로 가득 찬 존재가 되어버린다.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내가 보는 세상은 다른 사람이 보는 세상과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누군가는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는 쓰레기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건 세상이 잘못된 게 아니다. 내 마음속 안경은 세상을 아름답게도 , 불행하게도 만들 수 있다.

이제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나와 다른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너의 행동이 들리기 시작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