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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Nov 02. 2020

너의 행동이 들리기 시작했어

난 오늘도 택시를 탄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유난히 차멀미가 심했다. 심한 차멀미로 인해 한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를 타는 것도 무리였었고 중학교 이후때까지도 멀미약을 복용했다.어딘가를 가는 일이 설레임으로 다가오는 것보다 가야할 거리들이 걱정이 되어 나는 그 설레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그렇게 멀미약을 복용하면서 차를 타고 다녔는데, 성인이 된 지금은 2시간이 되었든 3시간이 되었든 자동차나 고속버스를 타더라도 멀미를 하는 일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렇게 차멀미가 좋아졌지만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웬만한 짧은 거리는 걸어다녔다.

그러나 직장을 다닐 때는 아침잠이 많아 늦잠을 잤을 때 어김없이 택시를 부르곤 했었는데, 택시를 많이 타다보니 나도 모르게 vip가 되어있었다.


택시를 타다보면 여러 성향의 기사분들을 만나게 되는데, 많은 성향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딱 세가지 성향의 기사분들을 말하자면 첫번째는 정치이야기를 하는 기사님, 그리고 두번째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기사님, 세번째로는 내 이야기를 하게끔 해주는 기사님이 있다.

내가 워낙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타입이긴 하지만, 그걸 어떻게 아셨는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기사분들이 많다.

그럴 때는 나도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택시를 타는 동안은 10분이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처음보는 기사분들과 다는 대화를 하는 동안에는

나도 정치이던, 내가 살고있는 상황이던,들어보지도 못했던 뉴스이야기 이던지 대화를 하면서도 기분이 살짝 들뜰 때가 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일은 나에게는 기쁨이었다.


그리고 아기를 낳고 나서는 버스를 타는 일은 어려워 비용이 좀 나오더라도 거의 택시를 타는데 , 택시를 타면 대화에 주제가 내 아이가 되기도 하고 본인들의 손자,자식 이야기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렇게 택시를 타는 동안에는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시간들이 되었고 어느새 택시를 타게 되면

오늘은 어떤 기사님일까 라는 생각들을 가지게 된다.


어느날은 친구들과 택시를 탄적이 있었다. 그때의 그 기사님도 운전석 옆에 탄 나에게 말을 거셨는데

한참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뒤에 있는 친구들은 단 한마디로 하지 않았다.

쟤네들도 한마디씩만 해줘도 괜찮을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내릴 때까지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고

내리고 난 순간 친구들은 기사님이 너무 시끄럽다며 불만을 토해냈다.


사실 ,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대화가 필요한 법인데 요즘의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하면서도 단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분명 내 옆에 있고 내 앞에 있는데 손에는 핸드폰이 있으니 핸드폰을 들여다보기 바쁘다

그리고 그렇게 소홀하게 대화를 마치고, 집에 누워있는 순간 핸드폰을 보면서 친구에 관한 글이거나 부모님에 관한 글을 읽게 되면 친구와 부모님을 떠올리며 "만나면 꼭 잘해줘야지" 이런 다짐을 한다.부끄러운 일이지만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난 아이를 키우다보니 아이에 관한 글들을 읽게 되면 더욱 그렇다.

이건 정말 분명한 모순인데도 우리는 대화를 원하면서 대화를 단절되게끔 만들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택시를 타는 그 순간조차도 다른 누가 말을 거는 일이 귀찮게 느껴지는데, 조금만 달리 생각해서

택시를 타게 된다면 기사분들이 말을 걸어주실 때 한 두마디정도는 살갑게 받아주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한다.

우리는 하루를 살면서 누군가와 목소리를 통해 대화하는 일이 많지 않다.

핸드폰 메신져나  sns로 소통을 하는 편인데, 그러한 소통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외로움을 없애주지는 않을 것이다.

택시 뿐만 아니라, 대형마켓,각 종 직업에 종사하는 다른 누군가를 만날 때만이라도 우리는 짧은 대화를 통해

얼굴을 보며 소통을 해야만 한다.

난 사실 로봇이라는 존재가 편하긴 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발달되는 과학은 인간을 더 외롭게 만들것이다.

이건 분명하다.로봇은 인간을 편안하게 해주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 그 어떤 다른 존재들보다 인간을 혼자 있도록 만들어주는 존재이다.하지만 우리는 혼자있어서는 안된다.

우리들에게는 옆에서 대화를 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 역시도 다른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걸 소망한다.

그 가장 가까운 다른 누군가가 우리들이 아침에 타는 이동수단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이동수단을 통해 대화를 하기 위해 난 오늘도 택시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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