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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Nov 05. 2020

신랑이 먹고 싶어 했던 짜글이

우리 집 주방에서는 짜글이가 끓고 있다

그동안 쓴 글 중에 동치미를 만들었다는 글 중에 나는 요리를 못한다는 내용을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요리 중에 김치찌개와 꽁치김치찌개는 그나마 다른 사람이 먹어줄 정도로 웬만큼 끓이는 편이다.

사실 나는 충주를 오기 전에 짜글이란 찌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었다

짜글이라는 게 대체 뭔지, 김치찌개와 만두전골 아니면 감자탕 등 보편적으로 누구나 알 수 있는 국과 찌개의 종류를 알고 있었는데 충주로 와서 짜글이란 찌개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짜글이는 김치찌개와 비슷한 맥락이 있지만,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부분도 있고 갈비 형식으로 끊이는 경우도 있다. 양념은 고춧가루와 고추장이 들어간다. 즉 보기에도 매콤하며 짜글이를 모르는 사람이 짜글이 찌개를 봤을 때 "어? 김치찌개에 고기가 좀 특이하네"라고 느낄 수 있다.


그동안 모르고 지내다가 충주로 이사를 오고 나서 , 아빠 덕분에 짜글이 찌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찌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아빠가 말씀하시기로는

"충주에 짜글이라고 있는데, 그거 맛이 아주 끝내줘"라는 말을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먹어봐야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먹을 기회는 생기지 않았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신랑이 방송에서 백 주부님이 하는 짜글이 찌개가 정말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며 나에게 말했고, 그날 저녁은 나에게 손수 짜글이 찌개를 끓여주었다.

대신에 기존에 있던 짜글이 찌개와는 조금 다른데, 여기에는 두꺼운 햄이 들어간다.

스팸햄이나 런천미트 같은 그런 햄들이다.


만드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고기가 없고 스팸 햄이나 두꺼운 종류의 햄이 있다면 위생백에 넣고 으깨어주면 된다. 어느 정도 다진 고기와 같은 질감과 모양으로 으깨어지면 김치찌개를 만드는 것처럼 양념을 하고 감자와 으깨어진 햄을 넣고 국물이 졸아지게끔 푹 끓여준다.

그런데 이 맛이 정말 기막히다. 세상에 이런 맛도 있었나 싶을 만큼 간단하지만 맛은 간단하지 않은 맛이고

신랑이 만들어주었을 때 나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간을 조금 싱겁게 한다면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주말에 시어머니께서 주신 감자와 햄으로 신랑이 내게 만들어주었던 것처럼 짜글이가 먹고 싶다는 말에 나는 직접 짜글이를 끓이기로 했다. 원래 나는 요리를 할 때 육수를 만들지 않고 생으로 요리를 하는 편인데, 일을 그만두고 나서 제대로 된 살림을 하기 위해 육수를 내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짜글이 찌개를 끓일 때도 육수를 넣어 국물의 간을 어느 정도 만든 뒤, 감자와 햄, 그리고 신랑과 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조금 더 넣어 푹 끓였다.

보글보글 올라오는 김과, 푹 익은 감자, 그리고 짭조름한 햄의 맛. 얼큰한 국물이 우리 둘의 입맛을 당겼고

이런 말하기 민망스럽지만 내가 만들어도 정말 맛있다 라고 할 만큼 그날의 짜글이는 평소에 밥을 많이 먹지 않는 신랑이 밥 두 공기를 먹게끔 해주었다.



요리를 못하는 내가 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은 어느 때는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하지만 요리를 만들어주는 동안에는 나도 모르는 마음에 설렘과 기쁨들이 샘솟는다.

태생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하는 것에 대해 큰 재능은 없는 편이지만 신랑이 먹고 싶다는 말 한마디로 용기를 내어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맛있게 먹는 신랑을 보며, 그날 저녁은 행복했고 혼자 살아왔던 내가 결혼을 했음에 대해 결혼하길 참 잘했다는 분명한 확신 같은 것이 들었다.

우리 집에 끓고 있던 짜글이의 맛처럼 , 가족을 향한 나의 사랑도 깊이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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