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후회를 바로 잡는 행동들

by 고용환

현재를 살면서 과거에 실수와 선택에 대한 후회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래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더욱 생각에 잠기는 것 같다. 과거 속으로 조용히 여행을 떠나면 무수히 많은 선택에 순간에서 어떤 결정을 했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다. 현재라는 틀에서 항상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살고 있기에 무심히 넘기고 뒤돌아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일들이라고 하더라도 과거로의 여행은 의미가 있다. 현재를 살면서 과거와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고통 속의 과거의 선택을 다시 복기해서 차근차근 고통의 시간을 느껴야만 한다.


보통은 현재가 너무 행복하고 앞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과거의 실수가 현재의 자신을 단단히 만들어 주었다고 무용담으로 곱게 포장된다. 과거의 실수조차 아름답게 느끼는 순간을 만끽하면서 밝은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 언제나 현재가 아름다울 수는 없다.


아마 오늘 작은 실수라고 하기도 민망한 한가지 일을 바로잡기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반대로 말하면 현실이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미신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작은 것조차 바로 잡고 싶은 간절함이 바로 지금의 나의 심정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언대로 할머니가 계신 산에 화장을 해서 모셨다. 작은 비석도 하나 만들어서 그곳에서 편안히 잠드시기를 바랐다. 아버지를 원망한 시간과 한 남자가 살면서 한 수많은 실수 때문에 고통스러웠어도 자식 된 도리로 유언을 따랐다. 하지만 1년이 조금 지나서 할아버지, 할머니 묘를 이장한다고 연락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유해를 납골당에 모시기로 결정했다. 바쁜 일상을 살면서 급한 마음에 가족들끼리 산에 올라가서 동생과 함께 비석을 치우고 유골함을 꺼내기 위해서 삽질을 했다. 그리고 꺼내는 순간 유골함은 산산조각 부서졌다. 어쩔 수 없이 흙과 함께 유해를 담아서 납골당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그래야만 했다. 예약한 시간 때문에 서둘러서 출발했다. 비석은 정리도 못하고 떠났었다.


그리고 오늘 5년 전에 그렇게 떠난 그 산을 아픈 아머니와 동생을 데리고 다시 찾았다. 기억 속에 비석을 그냥 뒤집어서 옆에 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별일 아니라고 그냥 넘길 수도 있다고 주변에 말한다. 하지만 현재가 고통스러울 때 과거의 작은 순간이라도 바로 잡고 싶은 연약한 인간의 본성 때문에 땅에 비석을 고이 묻어두고 싶었다.


묏자리를 다시 찾아가니 이미 잡초와 나뭇가지로 흔적조차 찾기 힘든 곳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거꾸로 뒤집혀 있는 비석은 싶게 찾을 수 있었다. 나와 동생은 비석을 땅속에 묻기 위해서 한 시간 가량 삽질을 했다. 땀으로 온몸은 젖어서 한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 우리는 비석을 땅속에 묻고 다시 흙으로 덮었다.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던 이유는 지난 5년간 우리 가족들이 겪고 있는 수많은 고통을 장남으로써 잠재우고 싶어서였다.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 곧 이은 어머니의 암 선고 그리고 치매, 계속되는 직장에서의 좋지 않은 이슈들 그리고 목디스크 시술, 동생의 여러 실수 등등 한 순간도 잠잠했던 적이 없이 태풍처럼 우리 가족들에게 몰아쳤다. 물론 지금도 어머니의 치매는 우리 형제를 힘들게 하고 있다.


그래서 비석을 정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나씩 실타래 풀듯이 과거와 연결된 것들 중에 바로 잡아야 하는 것과 실수를 정리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궁지에 몰렸기에 해결하려는 생각보다는 이런 좋지 않은 일에 대한 원인을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내 딸에게 이런 좋지 않은 기운과 영향을 주고 싶지 않은 부모의 한심한 마음이기도 하다.


누군가 나에게 미신을 믿냐고 하면 나는 '아니요'라고 답변해왔지만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것이다. 결국 이런 정말 말도 안 되는 작은 과거의 찜찜한 일을 찾아서 움직이게 되는 것 같다. 다시 리셋하고 싶은 마음과 같다. 이런 것들로 다시 리셋 버튼을 누르고 고난이 없던 과거처럼 앞으로 현재를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생이 나에게 물었다. '형, 이제 마음 편해?' 나는 그냥 웃음으로 대답했다.

무엇이든 어두운 그림자를 몰아낼 수 있다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그 무엇도 나는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 조금이라도 근심을 덜어 줄 수 있다면 나는 앞으로도 수천번 비석을 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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