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 실업급여

7화 보잘것없는 사람 - 너는 내가 그렇게 밉냐? 내가 뭘 잘못했다고

by 고용환

수술 결정으로 대기하면서 아버지는 혹여 실업급여를 받지 못할까 봐 계속 걱정을 했다. 구직활동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입원으로 할 수가 없었다. 불안해하는 아버지 때문에 결국 병원 외출까지 신청해서 밖으로 나왔다. 구직활동 접수를 위해 집에 잠시 들려서 신분증을 찾았다. 하지만 한 시간을 넘게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절망과 다급함으로 초초해 하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계속해서 집을 구석구석 뒤지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께 포기하라고 나중에 다시 찾아보자고 말을 하였다. 이미 외출 시간을 거의 사용했기에 돌아가야 한다고 설명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나서 충동적으로 아버지를 질질 끌고 계단을 내려와 억지로 차에 태워서 병원으로 출발했다. 불편한 마음에 운전 중 백미러로 아버지를 보았는데 아버지는 소리 없이 울고 계셨다. 나는 그 모습조차 화가 나서 왜 우냐고 더 큰소리로 다그쳤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그렇게 내가 밉냐.”


아버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하였다. 얼마나 내가 미웠을까?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경솔한 행동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표현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누워 아무런 말도 없이 잠이 들었다. 나는 그 옆에 조용히 앉아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다리에 멍이 들어 있었다. 계단을 내려올 때 다친 것 같았다. 상처받았을 마음을 생각하니 한없이 마음이 무거웠다. 다음 날 아침이 돼서 아버지는 입을 열었다. 수술이 잘 못되어도 좋으니 하고 싶다고 하셨다. 아마도 어제 일로 많은 상처를 받아 결정을 앞당긴 것만 같았다.


‘사람은 어디까지 이기적일 수 있을까?’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 밤 속에서 그동안 아버지를 원망하며 보낸 세월이 후회되기도 했다. 없는 형편에 유학이나 주택을 매수하면서 내 삶만을 준비한 이기적인 나의 모습에 한없이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별 앞에서 어린 시절 가족 여행을 비롯한 추억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낚시를 좋아했던 아버지를 따라 강물을 바라보며 수다를 떨며 함께 보낸 시간도 기억났다. 가장 행복했던 여행으로 서해 여름 여행도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수영했던 기억과 텐트에서 모기와 사투를 벌이며 잠을 잤던 달콤한 기억들이었다.


5살 어린 동생이 태어나고 어머니 몸조리로 할머니가 집에 오셔 잘 곳이 없어 아버지와 함께 옥상에서 침낭을 깔고 별을 보면서 잠을 잤던 추억은 나를 더욱 슬프게 했다. 모든 기억들은 아버지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해 주고 있었다. 내 머릿속은 행복한 추억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어떤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태어남에 대한 선택은 자식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완벽하게 부모의 행동이 원인이 된 결과이고 선택은 부모가 한 것이다. 잠깐의 쾌락이든, 사랑이든, 실수였든 아기가 태어나면 그때부터 책임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 느낌은 부모가 되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참이 지난 후 아버지는 마취 상태로 병실로 올라왔다. 머리에는 큰 수술 자국이 있었다. 얼마나 큰 수술이었는지 100m 떨어진 사람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짧은 시간 동안 3가지에 감사했다.

첫째, 우선 수술이 잘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다시 아버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증오와 미움의 감정도 바로 사랑이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깨달음을 주기도 했다. 소중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다시 주어진 것 같은 이 순간을 헛되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원망, 증오, 미움의 단어들은 모두 사라지고 있었다. 대신 부모의 사랑이라는 소중함이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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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goo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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