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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Jun 23. 2021

#9. 어린 동생을 잃어버렸다.

엄마가 가장 무서워하는 한 가지

어머니는 버림받는 것에 아주 민감했다. 언젠가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반려견 미미를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친척 집에 보내야만 했다. 어머니를 누구보다 따르던 우리 집 막내였다. 미미를 주고 오던 날 엄마는 한없이 울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며 칠을 계속 울기만 했다. 다른 가족들도 미미에게 정이 많이 들어 슬펐지만, 그 당시에 어머니가 왜 그렇게 서럽게 우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어쩌면 미미를 보면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어린 나이에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치매가 진행되는 지금도 차를 타고 가면 혼잣말로 미미 이야기를 했다.


“그때 차에서 미미를 봤는데 계속 나를 보고 있더라고… 그 슬픈 눈으로 나를 계속 보고 있었어......”

    

그리고 어릴 때 내 실수로 동생을 잃어버렸던 날에 대해 끊임없이 반복해서 말했다. 


내가 9살 때 동생은 4살이었다. 당시 석유 장사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밖에 놀 때 어린 동생을 나는 항상 데리고 다녔다. 그날도 동생은 내 옆에 딱풀처럼 붙어서 따라다녔다.


 그날은 동생을 데리고 동네 시장 구경을 갔다. 집 근처 시장은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시계방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갖고 싶은 게 많았던 나는 스포츠 시계를 탐내고 있었다.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 좋았다. 신상품이 나와서 홀린 듯이 구경하다가 동생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혼자 시계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냥 데리고 갔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텐데 그냥 잠시 귀찮았다.


사장님한테 가격과 성능을 물어보면서 한참 동안 시계를 만지작거렸다. 당장 살 돈은 없었지만, 나중에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할 거라고 말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렇게 정신 팔려 한참이 지났고, 밖을 보니 동생이 사라졌다. 나는 당황해서 밖으로 뛰어나왔다. 주변을 뛰고 뛰었다. 그리고 찾고 또 찾았다. 

그런데 동생은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 넘게 혼자 시장을 뒤지고 다녔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울음을 터트렸다.


동생이 없어진 것보다 엄마한테 혼날 것이 더 무서웠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동생을 잃어버렸다고 엄마한테 말했다. 놀란 엄마는 말을 듣자마자 시장으로 뛰어갔다. 보이는 사람마다 붙잡고 동생을 봤냐고 물어보며 절규하며 그 넓은 시장을 찾아 헤맸다. 


온 가족들과 이웃들까지 동원해서 찾고 또 찾았지만 시장 어디에도 동생은 없었다. 해가 질 무렵, 어머니는 시장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에서 눈물이 조용히 흘렀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멀리 떨어져 그 모습을 지켜만 보았다. 주변 사람들이 경찰서를 돌아보자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우리는 친척형 차를 타고 동네 파출소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동네 파출소 몇 군데를 가도 동생은 없었다. 

엄마의 표정은 어두워져만 갔다. 그리고 나를 원망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차로 이동하면서 왜 동생을 혼자 두었냐고, 무엇을 했냐고 내게 계속 물었다. 나는 그냥 손을 놓쳤는데 동생이 사라졌다고 거짓말을 했다. 차마 시계방 앞에 혼자 동생을 두고 딴짓을 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결국, 실종 신고를 하고 동생 없이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를 포함한 모든 가족들은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나는 죄인이 된 것만 같았다. 부모님은 깊은 밤이 되었지만 동생을 찾겠다고 불 꺼진 시장으로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동생을 영영 보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이 나를 무섭게 했다. 

그렇게 모두가 지쳐서 잠시 넉을 놓고 있을 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경찰서였다. 

동생이 거리가 조금 떨어진 다른 동네 경찰서에 있다는 것이었다. 엄마, 아빠는 황급하게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에 도착한 동생은 태연하게 초코파이를 먹고 있었다. 


시장에 길을 잃고 울고 있는 아이를 어떤 아저씨가 저녁 늦게 경찰서로 데리고 왔다는 것이었다. 4살이라서 주소도 몰랐기에 경찰들도 당황했지만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아는 것을 적어보라고 했는데 전화번호를 적어서 그 번호로 연락했다고 했다. 다행히도 석유 장사 때문에 전화번호가 너무 쉬운 것이 천 운이었다.


동생은 전단지를 연습장 삼아 색칠 공부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쉬운 전화번호를 외운 번호를 외운 것이었다.


엄마는 동생을 보자마자 포옹을 하며 큰 소리로 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본인의 과거가 생각났기 때문에 더욱 무섭고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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