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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Jul 01. 2021

#12. 어머니 감시를 위해 CCTV를 설치했다.

치매는 정말 드라마 속 이야기인 줄 알았다.


엄마 치매 진단 후 많은 걱정이 몰려왔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내는 어머니를 보살필 수 없는  현실은 서글펐지만 달리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병원을 다녀와서 동생과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하였다. 형이지만 지방에서 근무하는 것 때문에 동생이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고 지쳐있었다.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고단한 원무과 생활에 병원을 모시고 다니느라 전반기에 모두 휴가를 다 사용한 상태였다. 그저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아빠를 전담해서 간호할 때 내 모습 같았다.


우리는 일단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사고에 대해 걱정했다. 


'홀로 집 밖을 나갔다가 혹시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가스 불을 끄지 않아서 화재가 나지 않을까?'

 '사람들이 엄마의 증세를 모르니 큰 싸움이나 곤경에 처하지 않을까?'


이런 사소한 걱정으로 시작한 대화는 분위기는 무겁게 했다. 


예전에도 느낀 거지만 막상 이렇게 큰일이 생길 때 의지하고 도움을 받을 곳은 없었다.

친척이나 친한 지인이나 어머니 친구분들도 걱정은 했지만 사실 그저 남 일뿐이었다. 그나마 의지라면 형제인 우리가 전부였다. 한편으로는 동생이 있어서 너무 든든했다. 만약 이런 일을 나 혼자 모두 강담해야 했다면 그보다 힘든 일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적어도 둘은 낳아서 키우라고 한 거나 싶었다.


동생과 여러 대안을 생각했다. 우선 주간 돌봄 센터나 요양보호사를 부르려고 해도 요양등급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래서 해당 지역 구청에 심사를 신청을 했다. 하지만 절차대로 진행하기에는 많은 대기 시간이 필요했다.


평소 텔레비전을 보는 것 말고는 큰 행동이 없기에 지금까지는 다행이지만, 그것도 모를 일이었다. 옆에서 항상 지켜볼 수 없기에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이미 엄마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고 거는 것에 대한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동생이나 내가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핸드폰은 마치 딸아이 장난감처럼 집안 한 구석에 장식품이 된 지 오래였다.

 

동생과 한 없이 걱정을 몰고 이야기하다가 어머니의 주요 동선에 CCTV를 설치하면 어떨지 생각을 했다. 

좋은 아이디어였다. 물론 내가 지방에 있고, 동생이 일을 하지만 적어도 엄마가 집에 있는지, 없지는 바로 확인이 가능했다. 그 정도만 돼도 우리의 걱정은 크게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바로 동생과 대형마트를 갔다. 어머니 방과 거실 그리고 현관문을 비추는 거실 등 CCTV를 몇 개 구입했다.

설명서를 보며 하나씩 설치하기 시작했다. 어플을 깔고 연동까지 시켰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한편으로는 단 돈 몇만 원에 이렇게 셀프 설치를 해서 누군가를 확인할 수 있는 요즘의 세상이 감격스러웠다. 괜히 스티븐 잡스에게 고맙기까지 했다. 스마트폰이 없다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이었다.


모든 연결을 마치고 나니 동생과 내 폰에서 실시간으로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집에서 나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혹시 밖을 나가면 화면을 볼 수 없을까 봐 밖으로 나와서 작동이 되는지 재 확인하였다. 이런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게 된 것이 가슴 아프고 힘들었지만, 이게 우리 형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보다 최선은 없었다.


다시 지방으로 내려와서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픈 엄마는 여전히 집에 있고, 동생은 정신없이 일을 하고 우리는 다시 각자 위치에 돌아왔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다.


이제는 엄마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을 하다가도 틈만 나면 어플을 열고 엄마를 지켜봤다.

혼자 웃는 모습, TV를 보다가 지쳐서 잠자는 모습, 가끔 뭐를 먹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는 거실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어쩔 때는 엄마의 웃음소리가 듣고 싶어 오디오를 연결해서 듣곤 했다. 무슨 이런 황당한 인생이 있을까? 싶다가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우리들 모습이 물속에 오리발 같았다. 물 위에 떠있기 위해 밑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게 우리들 같았다. 


이렇게 나와 동생은 어머니를 감시하기로 했다. 아니 보호하기로 했다.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CCTV이지만, 그 작은 렌즈로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사랑하는 엄마를 감시할 수 있고, 볼 수 있어서 그래서 참 다행이다. 






저자의 가족에세이 <보잘것없는 사람>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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