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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Jul 05. 2021

다주택자가 범죄자는 아니잖아요.

투기와 투자의 차이점

 투자와 투기에 대해 나만의 언어로 정의를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투자활동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어떤 식이라도 내 돈을 굴리고 있다면 자신의 경험과 신념을 바탕으로 투기와 투자의 차이점을 남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무너지게 된다. 정확한 방향성을 잃은 돈은 주인으로부터 떠나게 되어있다.

한경 경제용어사전에서 투기[投機]는 짧은 기간 동안에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예견하고서 매수하는 행위이다. 투기를 위한 매매가 실제 필요에 의한 거래와 다른 점은 그 동기가 가격의 등락차의 취득에만 있는 점이다. 주식의 경우 가격 변동이 심한 주식이 그 대상이 되고 현금보다는 주로 신용을 통해 짧은 기간 동안 보유하여 시세차익을 얻으려 한다.라고 정의하였다. 요약하면 단기간에 이익만을 목적으로 행위와 실제 자산은 없지만 대출을 받아서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을 투기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무조건 오랜 시간 보유하고 있으면 투기가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대출을 받아서 즉, 레버리지를 이용해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과 다주택자 보유가 무조건 투기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 폭등을 예측하고 매수할 수 있으면 진정한 투자자다. 그만큼 기업이나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예측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각오를 하고 떨어지는 칼날을 잡은 용기 있는 자들이다. 오히려 투기 행위를 하는 사람은 이런 판단을 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따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주관이나 판단도 없이 투자자가 힘들게 고민하고 분석해서 결정한 결과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라 하는 것이 투기이다. 이런 투기꾼들은 손실을 보면 남 탓을 하고 이익을 보면 본인이 진정한 투자자라고 말한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면서 남 따서 번 돈을 주변에 자랑한다. 그리고 이런 자랑 때문에 주변에 순수한 사람들이 물들고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면 오랜 시간 주시하고 있던 지역에 아파트 분양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매수한 적이 있다. 보통은 프리미엄을 주고 매수하지 않지만 미래 가치로 볼 때 사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시간이 맞으면 항상 동생을 데리고 간다. 친동생에게 돈을 지원해주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런 투자경험에 노출시켜서 스스로 자본주의를 깨닫고 투자자로 성장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벌써 수년간 따라다닌 동생은 왜 형이 이곳에 집을 사려고 하는지 추측까지 할 정도로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동생에게 많은 의문점을 안겨주었다.



분양권을 사기 위해서 장소에 도착하니 세련된 골프웨어를 입은 중년의 남성분과 한참 나이가 어려 보이는 여성분이 있었다. 겉보기에 부부관계로 보이지는 않았다. 처음에 남성분이 소유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여성분의 명의로 되어있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여성분은 아무런 배경지식도 매매 경험도 없어 보였다. 무엇에 서명을 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안한 눈빚으로 남성분을 계속 쳐다보았다. 근데 남성분은 여성분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그냥 서명해, 뭐 볼 봐도 모르잖아, 괜찮아....’


그 말을 듣고 여성분은 빠르게 계약서에 서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성분은 한마디 덧붙였다.


‘넌 서명 몇 번하고 몇 천만 원 돈 버는데 뭐가 그렇게 불안해?’


그 말을 듣고 어떤 상황인지 추측할 수 있었다. 이렇게 거래는 금방 끝이 났다. 사실 매수한 분양권은 주변 시세에 비해 너무도 2배 이상 저렴했다. 나도 이런 매물이 나왔다는 것에 의문점을 가졌고 운도 좋았다고 말을 하면서 왔는데 그 의문은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동생은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저런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고 여성분은 불쌍하게 느껴졌다고 하면서 남성분은 사악한 악마같이 보였다고 했다. 나는 동생에게 투기와 투자의 차이점을 이야기해줬다. 그 남성분이 모든 결정과 자본을 여성분에게 제공하고 여성분은 아무런 지식과 관심도 없이 그분을 믿고 자신의 명의를 빌려준 상황으로 해석되었다.


 그 관계가 친척 사이던 믿고 있는 친한 사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남의 말만 듣고 그 행동을 했다는 것과 아무런 노력 없이 분양권을 소유하는 행위가 바로 투기라고 설명해줬다. 남성분도 여성분도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동생에게 만약에 동생이 돈을 모은 후에 내 말만 듣고 주택을 산다면 너도 저 여성분처럼 투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용어의 개념이나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투기와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이렇게 다르다.


누군가는 미래에 시세차익을 생각하고 주택수를 늘리는 내게 투기를 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충동적으로 분양권을 매수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그 지역을 관찰하고 호재나 악재를 확인하고 방문도 하면서 계획부터 매물을 찾아서 계약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남들이 볼 때는 계약서 서명하는 몇 분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몇 달이 넘는 오랜 노력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의 성과에 대한 책임은 남 탓이 아닌 오로지 내가 감당하기 때문에 절대 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딘가 투자를 하기 전에 떠올려 보았으면 좋겠다. 얼마나 힘들게 내가 번 돈인지 그리고 나는 지금 투자를 하는 것인지 투기를 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정의할 수 없다면 당장 하려고 하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 이유는 설령 이익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노력을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력 없이 얻은 돈은 언젠가  사라지게 되어있다. 돈이 도망가서 사라진 것은 주인이 돈에 대한 애착도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투기는 영어로 [speculation]이다. 뜻은 추측, 짐작이다. 내 소중한 자산을 추측이나 짐작에 의존하거나 남에 말을 듣고 맡기지 말았으면 한다. 당신이 확신을 가지고 내 돈을 통제하고 주인이 되어야 한다.  



저자의 첫번째 책 <가족 에세이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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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goo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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