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바쁜 일상 속에 생각을 멈추고 싶을 때 넷플릭스를 본다. 한번 보면 멈출 수 없는 중독성 때문에 무엇을 보기가 무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서 '시간 죽이기'로 끝이 나기도 하지만 가끔 먹먹한 가슴을 않고 며칠을 생각에 잠기도 한다.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였다. 물론 이런 스타일에 영화나 드라마는 이미 익숙하다. 돈을 걸고 목숨을 담보로 게임에 참여하면서 주인공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이어지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을 보고 머릿속에 생각이 남았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 보통 브런치에 리뷰에 대한 글을 쓰지 않지만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했던 아주 간단한 룰을 가진 동심을 품은 게임으로 사람의 목숨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오늘도 놀이터에 딸아이를 데리고 갔다. 연휴 마지막 날 한 면, 두 명 또래들이 모이더니 어느덧 놀이터는 정말 활기찬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아이들은 게임을 했다. 술래잡기, 꼭꼭 숨어라, 얼음 땡 등이었다. 며칠 전에 오징어 게임을 봐서 그런지 왠지 모른 섬특했다. 이렇게 순수한 게임이 돈과 생존이라는 현실과 만나면 어떻게 변질되는지 영화에서 잔인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참가자 1명에 1억이며 6번의 게임을 거치면서 게임에서 지면 죽음을 당한다. 생존자들은 죽은 사람들의 몫까지 상금으로 받는다. 모두가 죽고 한 명이 살아남으면 몇 백억의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참가자들의 사연은 모두 서글프다. 시한부 인생, 사업실패로 인생 낙오자가 된 사람들,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실수로 범죄자가 돼서 희망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참가 의사를 묻고 희망자에 한하여 게임이 진행된다.
룰 중에 생존자 과반수가 게임을 포기하면 모두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돈 때문에 그들은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서 목숨을 건 게임을 이어나간다.
게임이라는 작은 세상 속에 참가자를 대상으로 그리고 있지만 사실 우리 인생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인생 한방을 노리거나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두려워서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고 다음날 출근길을 걷고 있는 우리들의 삶 말이다. 희망이라는 작고 작은 관문을 향해 열심히 전진하지만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은 불편한 현실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모습에서 오징어 게임과 우리의 삶은 정말 많이 닮았다.
나는 한 번의 게임이 끝날 때마다 어떤 게임이 시작될지 불안해하는 참가자들의 모습과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도 내일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불안하다.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미묘한 차이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그리고 배신이다. 게임이 흘러가면서 구슬치기로 짝꿍을 죽여야 하는 게임이 진행된다. 그동안 게임을 봤을 때 편을 먹고 다른 편과 싸우는 것이라고 믿었던 참가자들은 짝꿍과 싸워야 하는 사람에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면서 생존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하고 결국 이기기 위해서 속임수를 쓰면서 까지 그동안에 우정을 끊어 버린다.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대인관계처럼 말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무서운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나이를 먹을수록 주변에 사람을 두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나 또한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과 언제 인연을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유 없이 잘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괜히 그 사람을 의심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냉정한 사람을 보면 그냥 그 사람이 미워진다.
사회생활 속에서 배신이 없었다면 아마도 직장 경력과 함께 주변의 사람은 끊임없이 늘어났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배신은 밥먹듯이 일어난다.
오징어 게임처럼 나이를 먹으면 한 번의 선택이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죽음보다 더 큰 상처가 돼서 평생 짐이 되어 따라다니기도 한다. 요즘처럼 외적 요인으로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진 슬픈 현실 앞에서 게임 참여자들처럼 벼랑 끝에 놓인 사람들이 어떤 심정일지 감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그런 막막함을 나도 경험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가만히 있는다고 돌파구가 보이거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캐릭터들이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좋은 편 속에 포함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