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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Oct 22. 2021

#21. 엄마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위치 추적기를 드렸다. 

이사를 하고 적응 못하는 엄마를 이마트에서 한번 잃어버리고 나는 바로 휴대용 위치 추적기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이런 물건이 있는지 전에는 알지도 못했는데, 시중에 10만 원 미만의 제품들이 많이 있었다.

유아랑 치매 노인들을 위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이 나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이상한 동질감을 느꼈다.


최대한 작고 엄마가 잘 들고 다닐 수 있는 것을 찾고 또 찾았다. 만약 길이라도 잃어버린다면 우리가 엄마를 찾을 수 있어야 하니까. 마치 어릴 적 우리가 길을 잃어버리면 엄마가 항상 찾았던 것 처럼...


주문한 제품을 택배로 받고 내 폰과 동생 폰에 연동시켰다. 엄마가 잘 들고만 다닌다면 스마트폰 지도에 엄마의 위치를 바로 확인 수 있었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지역에 반경 설정이 가능해서 엄마가 구역 밖으로 나오면 연동 된 스마트폰으로 바로 알려주는 기능이었다.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엄마가 혼자 나갔다가 길을 잃어도 최소한 위치를 빨리 파악 할 수 있는 것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추적기를 어디에 달까 고민 했다. 아마리 기능이 좋아도 엄마가 들고 다니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플라스틱에 불과했다. 목에 걸어들려고 했지만 불편하다고 자꾸 벗어 버려서 우리는 일단 목걸이로 하는 것은 포기했다.


결국 동생과 나는 엄마 핸드폰에 고리를 만들어서 연결하기로 했다. 이유는 어디를 가든 손녀딸 동영상을 보기 때문에 핸드폰은 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엄마와 저녁을 먹으면서 나와 동생은 주황색 위치추적기에 대해 엄마한테 설명했다.


"엄마 이거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 돼.. 알았지. 그냥 핸드폰에 붙어 있는거니까 절대로 빼면 안 돼. 알겠죠?"


엄마는 대답했다. "이게 뭐야. 싫어.."


결국 거짓말로 엄마를 설득했다. 


"엄마 이거 없으면 손녀딸 동영상이 핸드폰에서 안 나와.."


"그래? 안 나와?" 


잠시 반응을 보이고 엄마는 반찬으로 눈 길을 돌렸다.


이렇게 엄마는 두 아들의 감시를 받기 시작했다. 다른 분들은 자식 용돈 받아가면서 여행도 가고, 젊을 때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도 받는데, 우리 엄마는 이렇게 집 앞에 나가는 것도 힘들어서 감시를 받는 것에 여간 마음이 불편했다. 마치 가슴속에 큰 돌이 들어간 것처럼 답답하고 무거웠다.


서울에 머무는 시간은 정말 번개처럼 흘러갔다. 아쉽지만 먹고 살기 위해 다시 지방으로 내려왔다. 

결국 우리 형제는 수시로 엄마의 위치를 확인했다. 집 안에서는 CCTV를 통해 감시하고,  현관을 나서면 GPS로 24시간 엄마의 위치를 추적했다. 엄마랑 떨어져 있지만 마치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보고 또 봤다.

혹시 하는 마음에 서울을 떠나기 전에 새로 이사한 마트를 하나씩 돌면서 엄마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혹시나 길을 잃거나, 물건을 사고 돈을 계산 안하면 내 연락처로 연락을 부탁드린다고 사정했다. 

그리고 제발 다그치거나 뭐라고 하지 말라고 무엇이든 변상하겠다고 간절히 빌었다. 

다행히 주변 편의점 사장님들 연세가 있으셔서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위로해주셨다. 따뜻하 위로에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이 현실이 비참했다. 

이렇게라도 살아가야 한다면 사는 게 인생일텐데 그럼에도 믿지도 않는 신까지 미웠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엄마는 정말 아름다운 62세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하루종일 봐도 사랑스럽기만 우리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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