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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Nov 25. 2021

달라도 너무 다른 육아 스타일

제9화 #육아방식 #부부싸움 #이혼 #다문화

아이가 태어나고 아내와 민중이는 더 많은 갈등을 경험한다. 안 그래도 삐그덕 거리던 결혼생활에 서로에 대한 감정은 다른 방향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느낀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지만 어쩌면 부부의 대화 부족과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 진실함이 부족한 민중이 탓은 아닌가 스스로 질책해 본다.


조리원도 패스하고 바로 육아를 들어간 아내는 용감했다. 처음 아이를 키워보지만 자신감이 넘쳐났다. 처음 민중이 엄마가 육아를 도와주려고 하였지만 아내는 완강했다. 싱크대에서 물을 받아서 아이를 목욕시키는 모습을 보고 민중이 엄마는 다급하게 민중이게 전화를 했다.


" 큰애야,,, 큰일이다.. 우리 이쁜 손녀를 설거지시켜 분다..."

일을 하고 있던 민중이는 한숨을 쉰다. 엄마도 참견하고 알려주고 싶어도 둘 사이에 언어라는 큰 장벽이 만리장성보다 높고 길게 막고 있었다.

"엄마,,, 그냥 둬요... 내가 가서 말해볼게요..."


오랜만에 기차 타고 손녀를 보러 온 엄마는 불안함과 걱정만 챙겨서 서울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민중이는 이런 모습에 아내가 더 미워졌다. 그 무엇보다 민중이를 화나게 하는 것은 딸의 잠자는 시간이었다.

저녁 6시가 되면 침대에 아이를 넣고 암막 커튼을 치고 문을 닫는다. 아이는 울고 또 운다.

30분이 지나면 지쳐서 잠이 든다. 아내는 cctv를 설치해서 유튜브를 보면서 아이가 울고만 있으면 그냥 무시했다. 몇 번을 방에서 아이를 꺼내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아내와 민중이는 대판 싸우고 말았다.


"세상에 이게 무슨 부모란 말인가......." 민중이는 딸이게 무한의 미안함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서양에서 뭐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라는 듯이 당연히 이렇게 키운다는 듯하게 말하는 아내를 보면 얄미울 뿐이었다. 그래서 깨닫는다. 그동안 수많은 미드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나는 스피커가 부부 침실에 있는 그 장면을 말이다. 어쩌면 아내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우는 딸아이 때문에도 속이 상했지만 딸이 우는 동안 너무 태연하게 자기 볼일을 보는 아내가 더 미웠다. 민중이가 아는 모성애는 그런 게 아니었다. 이렇게 힘겨운 육아는 계속되었다.

싸우다 싸우다 민중이는 스스로 포기를 했다. 그쯤 되니 아이도 저녁 7시만 되면 잠을 못 견디고 잠이 드는 습관이 들어버렸다. 칼퇴근하지 않으면 딸아이를 평일에 보지 못하는 날도 늘어만 갔다. 그렇게 되니 오히려 집에 가야 할 이유를 잃어버린 듯이 회사에서 방황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불쌍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내와 민중이는 아이를 키우면서 양육이라는 공동의 목적 이외에 남은 것들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었다. 둘 사이에 딸아이의 문제를 제외하면 나눌 대화도 부족한 그런 대면 대면한 법적으로만 부부인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끔 또래 동료들과 술 한잔을 하면 민중이는 조용히 그들을 부러워했다.


"어제 우리 딸이 새벽 한 시에 자서 피곤해 죽겠어.."

민중이는 소심하게 조용히 물어본다.

"아들이 그 시간까지 뭐했어,,?"

"뭐,, tv도 보고 요즘 장난감에 빠져서 그거 가지고 같이 놀아주고.. 10시쯤에 배고프다고 해서 뭐 좀 먹이고 나도 아내랑 맥주 한잔 하고 그랬지.."


사람 냄새가 나게 사는구나... 민중이 속으로 저녁 7시면 불이 꺼지는 적막한 본인의 집을 떠올렸다.

말수가 없는 민중이에게 동기는 물었다.

"넌 어쩌냐? 외국인이라 더 프리 하겠다.."


민중이는 쓴웃음을 지으면 그냥 짧게 말한다.

"엄청나지 뭐 하하하..."


그냥 집으로 가는 발걸음 무겁기만 했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극복할지 고민이 되었다. 이렇게 딸이 성장하게 두는 것이 옳은 것일지? 아니면 이민을 가면 낳아질지 머리가 복잡했다. 민중이는 집 앞에 와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맨 정신에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집에 호프집에 홀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은 초겨울 바람처럼 쓸쓸했다.


#다문화가정 #문화차이 #서양의육아법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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