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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Dec 04. 2021

이럴 거면 애를 왜 낳는 거지?

11화 - #육아 #어린이집 #맞벌이 #워킹맘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현관문을 열자 아내가 한걸음에 다가왔다.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물어봐줘야 하는데 영어로 말하게 귀찮아서 그냥 얼굴만 쳐다봤다.     


“I GOT A JOB.”


민중이는 잘 됐다고 말해주며 샤워하러 옷을 벗는다. 아내는 앵무새처럼 계속 어떻게 소개를 받았는지 말하고 또 말한다. 사실 결혼 후 다른 건 몰라도 민중이의 영어 리스닝 점수는 만점이다. 졸다가 풀어도 만점이다. 아마도 아내가 일등공신인 것이 분명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민중이는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일해?”

“다음 주, 그래서 우리 이번 주에 어린이집 무조건 알아봐야 해”


썩 딸을 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어머니는 서울에 계시고 암 수술을 한지 얼마 안돼서 안정을 취해야 했다. 민중이는 알았다고 하고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어린이집 이곳저곳과 영유아기 때 어린이집을 빨리 보내면 생기는 안 좋은 영향에 대해서 검색하고 또 검색한다. 결국 제목에 끌려서 인터넷으로 책까지 주문하고 겨우 잠이 든다.      


주말이 돼서 민중이가 뽑아 둔 리스트대로 어린이집을 하나씩 방문하기 위해서 전화를 한다. 아내는 결혼 때도 그랬듯이 넣은 야외 놀이터가 있는 어린이집을 선호한다. 한국 여자였으면 국공립인지, 밥은 어떤지, 맘 카페에서 평판은 어떤지, 영어도 가르쳐주는지 등을 알아볼 텐데.... 아내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오로지 밖에서 놀고 놀고 집에 와서 일찍 잠들면 그걸로 되는 듯했다. 사실 10개월 된 아이에게 웬 야외인가.. 짧은 영어로 대판 싸울까 고민하다가 민중이는 그냥 참는다.     


“고민중씨? 맞으시죠? 들어오세요.”


원장 선생님이 우리 가족을 위에서 아래로 스캔한다. 기분이 나쁘다. 특히 지방으로 이사 오고 스캔을 자주 당한다. 서울에서 데이트할 때는 남들 의식이 안됐는데 여기서는 아내랑 영어로 통화하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그런 묘한 분위기가 있다. 아이들만 하더라도 아내를 보면 숨거나, 외국인이라고 큰 소리고 외치고 도망간다. 부모가 옆에서 있어도 그렇게 한다. 그렇게 한다고 아이에게 다문화 교육을 시켜줄 여력이 되어 보이는 부모님도 사실 없어 보이긴 한다. 


원장 선생님은 여기는 사립이고 아이들 점심에 어린이집에서 직접 다린 홍삼을 같이 줘서 원생들이 면력적이 좋아서 아프지 않는다고 한다. 무슨 건강보조 식품점에 온 거 같다. 대충 말을 넘겨 듣고 내부 시설을 보러 들어갔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실망이 크다. 이런 곳에서 말도 못 하는 어린아이들을 돌 본다니.. 이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민중이는 딸이 말을 못 하니 무슨 일을 당해서 알 수 없는 부분이 가장 답답했다. 이런 걱정을 아는지 아내는 밖으로 나간다. 덩그러니 미끄럼틀 하나가 우리를 맞이한다. 아내는 바로 나가자고 말한다. 몇 군대를 둘러보고 둘러봤다. 그리고 내가 덧붙였다. 


“여긴 미국이 아니야.. 그런 넓은 뒷마당을 가진 어린이집은 없어. 그런 땅이 있으면 건물을 올리지.”


아내는 민중이 영어가 별로 였는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카톡을 한다. 결국 집 통학거리를 생각해서 시설은 가장 좋지 않지만 공립인 집 근처에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아내가 출근날을 받았는데 무조건 보내야 한다고 울쌍을 하고 있어서였다. 이렇게 민중이네 가족은 아침에 모두 출근을 하는 열심히 사는 가정이 되었다. 사회적응도 중요한다 생후 9개월 어린이집이라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하는 첫날은 죄책감이 끝도 없이 밀려왔다. 민중이는 차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럴 거면 애를 왜 낳아, 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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