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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Dec 05. 2021

생후 9개월 어린이집에 가면서 매일 아프다.

12화- #어린이집 #육아 #맞벌이 #다문화가정

 어린이집으로 딸아이를 보내고 민중이는 계속 불안했다. 하루에 대략 8시간 정도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반면 아내는 활력을 찾는 듯했다. 영어 유치원에서 다른 외국인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고 수다를 떠는 모든 시간이 그녀를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했다. 민중이 입장에서 그런 아내를 보며 조금은 다행이라고 안도를 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나서 민중이는 직장에서 항상 급한 마음에 일을 처리했다. 빨리 집에 가서 조금이라도 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딸에게 미안해서였다. 약간 달라진 민중이를 보고 직장 상사는 뭔 일 있냐면서 물어봤다.     


“요즘 왜 그래? 점심 때도 일하고... 뭔 일 있어?”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서요. 일찍 퇴근하려고 하다 보니 맘이 급하네요.”


“좋겠다. 원어민 선생이면 돈 많이 받겠다. 그치?”


“잘 모르겠어요. 돈 관리 따로 해서요.”     


민중이랑 대화를 마치고 상사는 돈 관리 따로 한다는 말을 부럽다는 듯이 웅얼거렸다. 사실 민중이는 월급 통장을 아내에게 줘도 큰 상관이 없었지만 은행업무나 여러 가지 관리를 할 수 없는 아내에게 통장을 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로따로 관리하게 된 것이다. 속사정도 모르는 상사가 탓할 것도 없었다.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한 번도 아픈 적도 없던 딸이 콧물을 달고 살기 시작했다. 꼭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콧물은 항상 코 밑에 있었다. 다행히 고열이 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위안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아내에게 점심쯤 전화가 왔다.

 

“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는데 아이 좀 데리고 병원 좀 갈 수 있어?”


“왜? 무슨 일인데?”


“열이 난다고 해서”     


민중이는 직장에 말하고 어린이집으로 한 걸음에 달려갔다. 아이의 이마는 핫패드처럼 뜨거웠다. 그냥 화가 났다. 말도 못 하는 딸이 무슨 죄가 있을까. 얼른 동네 작은 병원으로 갔다. 편도가 너무 심하게 부어서 링거를 맞고 잠시 입원해서 해열을 하고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순간 막막했다. 이 조그마한 손에 링거 바늘을 넣는다고? 민중이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물었지만 열이 너무 높다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간호사가 들어와서 민중이에게 아이의 손을 잡아 달라고 했다. 차마 볼 수 없어서 고개를 벽으로 돌리고 손목을 잡았다. 딸은 울고 또 울었다. 지쳐서 목소리가 안 나올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민중이는 지쳐서 잠든 딸아이를 옆에서 보면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맞는지 고민했다.

 아내가 일을 마치고 바로 병원으로 왔다. 아이를 보고 크게 놀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열은 어떠냐고 물어서 민중이는 조금 내려갔다고 말했다. 아내는 유난하지 않았다. 민중이가 그동안 지켜보다 다른 한국 엄마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왠지 강하게 키운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내와 잠시 교대를 하고 답답한 마음에 병원 밖으로 나왔다. 걱정이 됐는지 재수 선배에게 전화가 온다.


“애는 좀 어때?”

“열이 많이 나서 링거 맞고 좀 날리 좀 쳤죠.”

“고생했네.”

“선배님도 일찍 어린이집에 보냈다고 안 했어요?”

“그렇지, 뭐 어쩔 수 없잖냐. 그래야 생활이 되니, 맞벌이 안하면 우리 월급으로 고기도 못 사먹어.”     

재수 선배와 통화를 마치고 자신이 너무 과하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시 병실로 돌아가니 링거를 맞고 있는 딸 옆에서 아내는 유튜브를 보고 있다. 맨날 미국에 다른 가정이 사는 에피소드를 찍은 걸 본다. 아마 그리워서 그럴거라고 생각한다. 넓은 집, 마당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들, 한적한 동네의 모습, 미세먼지도 별로 없는 맑은 하늘을 아내는 그리워 하고 있는 듯 했다.

 “병원에서 오늘 잘 수 있어?”

아내가 묻는다. 민중이는 그냥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린다. 아내가 떠나고 민중이는 간이침대에 누워서 딸아이를 바라본다.


제발 아프지만 말라고 누군가에게 혼잣말을 한다. ‘자식이 아프면 이런 마음이구나’ 민중이는 갑자기 그토록 미워했던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린다.


신기하게도 아빠가 되니 아빠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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