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용환 Jan 12. 2022

어쩌다 사람들이 작가라고 불러준다.

#글쓰기 #에세이 #가족이야기 #브런치작가 #작가되기

2021년이 뒤로 물러난 지 어느덧 12일이 지났다. 서른의 끝자락쯤 가고 있던 내게 우연히 브런치가 눈에 들어왔다. 결혼 이후에도 나만의 시간을 잘 가지긴 했지만 브런치의 발견은 새로운 시작점이 된 것은 확실하다. 사람들의 글을 읽고 읽다가 작가를 신청해볼까?라고 생각하고 노트북 폴더 저기 구석에 있던 파일 하나를 열었다.


-내 생에 꼭 한번 써볼 책-


이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된 파일은 오래전에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주섬주섬 써놓은 대책 없는 한글 모음 그 자체였다. 그곳에서 문득 부모님을 발견했다. 그리고 내용을 모아서 편집을 하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일상으로 정신이 없어 그냥 지나치다가 작가가 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인터넷에 브런치 작가를 조회하니 한 번에 패스 못한 분들의 이야기도 볼 수 있었다. 왠지 으쓱해져서 파일 속에 글들을 편집해서 두서없이 올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봐주고 가끔 댓글도 달아주고 흔한 홍보성 광고도 없는 수수한 모습의 브런치에 끌렸다. 이렇게 퇴근하면 하나씩 글을 올리다가 휴직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저녁 남는 시간에 부모님에 대한 에세이를 써 내려갔다.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내가 보고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생각나는 대로 쓰고 또 썼다. 그리고 내용을 편집해서 브런치 올리기를 반복했다.

우연히 글을 보고 공감해주고 때로는 이메일로 적극적인 공감을 보여주는 분들도 있었다. 맞춤법도 문장도 엉성의 끝판을 보여주는 글에 관심을 받으니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고 그 무렵 부모님을 특히 아버지를 중심에 둔 첫 에세이 거의 다 썼다.


처음에는 부크크 'POD' 방식으로 출간을 하려고 했다. 그냥 버킷리스트 한 줄에 밑줄을 그으며 성취감이라는 달콤함에 느끼고 싶은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무명작가의 글을 대형 출판사에서 내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자비출판을 생각했고 여러 출판사에 글을 올렸다. 자비출판은 그냥 하면 되는데 순수했는지 출판사에서 무슨 답변이 오나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피드백이 좋다는 이유로 출판사를 선택해서 반기획으로 책을 내기로 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하는 상큼한 경험에 전율이 느껴졌다.

편집자와 몇 번의 원고를 주고받으며 내 글을 다듬어지면서 다이어트를 했다.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처음이라서 적극적으로 편집자의 의견을 따르고 싶었다. 군살이 빠지지니 책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가 되었다.


  500부 초판으로 찍고 책 표지와 디자인을 신중히 선택하고 잔금을 입금하고 모든 과정에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왠지 책도 많이 팔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이 공개된 순간 나는 지인들이게 홍보를 할까? 어떻게 하지? 고민을 하였다. 부모님의 인생사와 남들이 묻는다면 소주 10병 정도 마시고 정신을 잃어야 말할 법한 내용들이 담김 내 책을 내가 알고 있는 지인들에게 소개하는 게 부끄러웠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책을 쓴다는 것은 나를 판다는 것에 대해서.... 결국 얼마나 나를 솔직하게 공개하고 내용을 담는지는 순수하게 작가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말이다. 너무 힘들게 살았다고 위안을 받으려고 쓴 책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이 되려고 쓴 책도 아니지만 서점에 소량이라도 책이 들어가면서 나는 이왕이면 내 책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출판사에 돈을 지불했으니 무언가 자동적으로 홍보도 해주고 반기획 출판이라 출판사의 수익도 높으니 많은 관심을 가져줄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약속대로 지역신문에 출판을 하는 내용이 담긴 기사 한번, 그렇게 많지 않은 팔로워를 보유한 출판사 인스타에 출간을 알리는 홍보, 연계된 카페를 통해 서평단 모집 1회가 전부였다. 500부는 금방 팔리겠지? 순수한 건지 멍청한 건지 둘 다 인지 모를 그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한 달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정말 친한 지인들이 책을 보고 카톡으로 내용이 슬프고 눈물이 난다고 말을 해주었다. 눈물 나라고 쓴 책은 아닌데 약간은 반응에 신기해서 전에도 수십 번 정독한 내 책을 들고 다시 읽었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공감해 보았다.

이후에 평소 하지도 않던 인스타에 어설픈 책 홍보도 하고 자비로 광고까지 넣어서 적극적으로 서평단도 모집했다. 어차피 돈 벌려고 출판한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서....

  그렇게 서평단을 개별적으로 모집하면 저자 보유 본 + 택배비 + 포장 + 인스타 광고비용까지 내 주머니에 돈이 흘러나갔다. 하지만 나를 한 번도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는 정말 지금까지 모르던 그분들이 남긴 서평을 읽고 그래도 나름 감동과 어떤 부분에서는 공감이 되는 책을 썼다는 것에 약간의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또 한 가지 발견은 '쉽게 읽히고 빠져든다'는 피드백이었다. 가독성이 좋은 책이라는 소리를 편집자에게 듣기는 했지만 아부성 멘트로 여겼는데 서평의 글은 믿음이 갔다.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잘 읽힌다','몇 번 울컥했다','부모님이 떠올라서 너무 슬펐다','앞으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응원한다' 등의 서평은 칭찬처럼 들렸다.

나도 나름 독서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을 하며 살지만 가끔 정말 읽기 힘든 책을 만나면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기까지 수양하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넘긴 일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쉽게 읽히는 책은 내용도 한 번에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끊김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내용 전달이 잘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쇄'는 이미 포기한 지 오래지만 그래도 2021년 나를 발견하고 책을 세상에 탄생시킨 것만으로도 의미가 풍만한 한 해였다고 오랜 시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부족한 글을 사랑해주고 진심을 담아 가슴으로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이런 감동을 나같은 사람도 글을 통해 전해줄 수 있다면 또 잘 팔리지 않더라도 그 몇 분의 독자분들을 위해서 글을 쓸 수 있을것만 같다. 이렇게 책으로 소통하는 것들이 2022년에도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http://m.yes24.com/Goods/Detail/99272994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그리웠을 여리고 어린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